12조원 규모 부품사 매출 관세 영향권
작년 부품사 매출 164조7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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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에 초경량화 부품을 공급하는 울산 소재 A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25% 관세 예고를 넋 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도 없고, 뚜렷한 대응방안도 없는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 직원이 미국에 가서 현장을 살펴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9명(89.8%)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특별한 대응 전략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산업과 부품사에 메가톤급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보다 기업규모가 작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관세 부과 시 ‘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있다. 자칫 협력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1만5239개사(2023년 기준)로 파악된다. 국내 완성차(현대차·기아·GM한국사업장·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타타대우)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집계 기준 691곳(2023년)이다. 이 중 중소기업이 절반 이상(56.7%)을 차지한다.
업계에서 계산하는 관세 피해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지난해 북미 수출금액은 약 82억2000만 달러(약 11조7900억 원)다. 약 12조 원 규모의 부품사 매출이 관세 영향권에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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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이 관세를 피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거나 부품사를 미국 현지 기업으로 바꾸면 파급력은 더 커진다. 미국으로 갈 여력이 없는 부품사는 고객사를 잃을 수밖에 없고, 이는 매출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2023년 매출액은 164조7803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로 국내 부품사 중 30% 이상이 한계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계기업 속출과 줄도산 우려는 고용불안으로도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산업 종사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2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000명 증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경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으로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민관 공동 협력 체계를 긴밀히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