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영화 '미키 17'로 돌아왔다. 2019년 세계를 휩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28일 개봉한 '미키 17'은 얼음 행성 개척에 투입돼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익스펜더블'의 이야기를 그린다. 익스펜더블은 임무 수행 중 죽으면 인간 프린팅 기계를 통해 다시 생산되는 일종의 복제인간이다.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17번 새롭게 프린트되고,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알고 프린트된 18번째 미키와 17번째 미키가 만나게 된다는 게 이야기의 골자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봉 감독은 '미키 17'을 통해 처음으로 우주 배경 공상과학(SF)물에 도전한다. 봉 감독은 우주 SF물에 도전하게 된 배경으로 "아주 먼 곳, 혹은 먼 미래에 벌어지는 일들조차 인간에게서 나는 땀 냄새, 그들끼리 지지고 볶고 사는 삶의 풍경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괴물'(2006)부터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미키 17'에 이르기까지 필모그래피 8편 중 4편이 SF물일 정도로 봉 감독은 이 장르에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모두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담겼지만,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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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역시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미키를 보여주면서 희망을 제시한다. 봉 감독은 "미키라는 한 청년이 온갖 경멸과 수모를 겪고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경험하고도 끝내 파괴되지 않는 모습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영화에서 인물을 가혹하게 다룬 경우가 많아서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각색을 거치면서도 미키와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의 로맨스는 고스란히 담아냈다. 봉 감독이 영화에서 남녀 간 멜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 눈길을 끈다. 그는 "둘의 사랑 얘기는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기둥이고 척추"라며 "책에서 나샤가 미키를 지켜주는 이야기가 나오는 챕터를 읽고 '결국 이게 핵심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블로그를 통해 "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작품일 것"이라며 "독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와 모티브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다루는 이 영화에는 어둠이 끝나가는 하늘에 밝은 빛을 전하는 새벽 별 같은 유머가 시종 반짝인다"고 말했다.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만큼 성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키 17'은 개봉 첫날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사전 예매량도 31만 장을 넘어섰다.
'마크 17'은 15세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137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