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산업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현대엘리베이터 분기·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2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 연구개발비(266억 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구개발비용은 △2021년 229억 원 △2022년 242억 원 △2023년 266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13%에서 지난해 3분기 1.20%로 확대됐다.
17년간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적극적인 R&D 투자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전방 산업인 국내 건설경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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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6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로봇 기술을 연동한 승강기 첨단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를 선보였다.
미리는 첨단 기술로 엘리베이터 운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부품 교체 주기와 이상 신호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인한 다운타임(운행 정지시간)을 기존 대비 최대 43%까지 단축하는 등 승강기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능형 영상 분석과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리 뷰(MIRI View)’는 응급 상황이나 범죄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AI가 관리자나 고객센터에 즉시 알려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해 승객의 안전을 지켜준다.
엘리베이터 원격호출 시스템 ‘미리 콜(MIRI Call)’은 ‘시리’, ’빅스비’ 등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AI 비서 서비스와 연동해 탑승 대기 시간을 줄여주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미리는 출시 1년여 만에 3만3000대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4만5000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와 로봇을 연동해 이동 범위를 수평에서 상하좌우까지 확대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3년 1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뉴빌리티’와 사업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지난해 6월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출원 및 등록한 핵심 특허만 1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승강기·로봇 연동의 표준 규격을 구축하고 서비스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승강기를 올해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사 기간을 대폭 줄여줄 뿐만 아니라 폐기물과 소음, 분진 등의 발생이 적어 친환경 공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UAM도 현대엘리베이터가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분야다. 특히 UAM 이·착륙시설인 버티포트는 고층 건물이 밀집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의 핵심 기술인 수직·수평 이동기술을 접목한 수직 격납형 버티포트 ‘H-포트(PORT)’를 제안했다. 자동 주차 시스템을 활용한 격납고, 드론의 자동 주차 및 자동 충전, 탑승객의 승하차 등을 통합 관제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 주관 국책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내년 12월까지 국비 105억1700만 원을 지원받아 H-포트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미래형 도시 관련 초대형 사업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인적 및 물적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대구시와 버티포트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H-포트, 로봇 연동 기술 등 미래 첨단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승강기 산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