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수설에 휩싸인 한국지엠…3000여 협력사 ‘줄도산 공포’ [풍전등화 車 산업上]

입력 2025-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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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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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스톰’ 덮친 완성차 업계
“관세 부과 장기화 땐 이전 검토”
제이콥슨 CFO ‘철수설’ 불지펴
이달 미국 본사 찾아 미래전략 논의
노조 측 “전기차 물량 배정 요청”
“부평산단 매출 70%가 한국지엠
철수하면 한국사들 말라 죽을 것”

▲지난달 25일 찾은 인천 부평구의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강문정 kangmj@
▲지난달 25일 찾은 인천 부평구의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강문정 kangmj@

지난달 25일 찾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 부평공장. 점심시간인데도 공장 밖을 나오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쉐보레 마크가 새겨진 푸른색 점퍼를 입은 직원 3~4명 무리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온 A씨는 “분위기가 안 좋기는 한 건지 요새 한국지엠 직원들이 식사하러 많이 안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썰렁한 분위기에서도 공장 입구로 부품을 실은 대형 화물차들은 계속 드나들었다. 서문 앞에서 만난 한국지엠 직원 B씨는 “철수한다는 얘기는 20년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GM 본사에서 한국사업장에 대한 ‘롱 텀 플랜’(long-term plan·장기계획)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지엠은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었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지엠은 수익성 악화로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배경에서다.

한국지엠은 현재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단 2종을 생산 중이다. 사실상 수출 기지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총 49만4072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내수판매는 2만4824대에 불과했다. 신차 생산 계획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지엠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GM이 과거에 약속한 한국지엠 10년 유지 기간이 2027년 말이면 끝난다는 점도 우려를 키웠다. GM은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사업장 철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자 군산공장만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 부평·창원공장은 10년간 유지를 약속했다.

한국지엠 내부의 불안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지엠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현장의 혼탁한 분위기는 철수설과 내수 판매 축소, 불투명한 생산 계획이 일으키는 생존에 대한 위협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현장의 불안을 제거하고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 가능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경영진과 노조는 이달 15~22일 미국 본사를 찾는다. 이들은 GM 핵심 임원과 만나 한국 내수 판매 축소와 불투명한 생산 계획으로 인한 우려를 전달하고, 한국지엠의 미래 발전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 측은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물량 배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지엠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지엠 협력사 단체인 협신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지엠의 1차 협력사는 276곳이다. 2,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약 3000곳에 달한다. 부품업체들은 한국지엠이 철수한다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 부평구의 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수많은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의 70% 정도는 한국지엠과 관련된 것”이라며 “한국지엠이 철수하게 되면 이곳의 수많은 부품업체가 말라 죽을 것이고 주변 상권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지엠에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이 입을 피해는 더 치명적이다. 차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또 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지엠 측에서 아직 물량 축소 등의 얘기는 없다”면서도 “생산하는 물량의 98% 이상을 한국지엠에 납품하고 있는데 만약 한국지엠이 철수한다면 회사가 어려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구의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강문정 kangmj@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구의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강문정 kangmj@

시장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GM 본사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도 한국사업장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통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을 지낸 이항구 아인스(AINs·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연구위원은 “GM은 효율성을 굉장히 따지는 곳이기 때문에 철수 분위기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며 “한국지엠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만 42만 대인데 미국 시장에 저렴한 소형차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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