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석 달 넘어선 탄핵정국…기다림에 지쳐

입력 2025-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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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불러온 탄핵 정국이 석 달을 넘어섰다. 한없이 시간은 흘러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기일을 11차례 진행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결정문 작성에 들어갔다. 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선고에서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지 아니면 국회 소추위원단 청구를 기각해 대통령이 즉시 직무에 복귀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 무엇 하나 정리되는 일은 없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을 두고 8인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과 헌재 구성권 등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면서도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할 권한은 헌재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3명 중 마 후보자만 미임명한 것은 헌법재판관에 대한 선별적 미임명이어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일정에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후속 참여할지 △관여하게 된다면 헌법 재판 절차를 갱신해야 하는지 여부 △갱신하기로 한다면 ‘형사 재판 갱신 절차 간소화’를 위해 대법원이 최근 도입한 개정 형사소송규칙을 헌재가 따를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 모두 선고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한 총리 탄핵 심판 청구가 기각될 여지가 있으니 한 총리가 국정에 복귀한 뒤로 헌법재판관 임명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이러면 전망이라는 게 솔직히 무의미해진다. 결과가 어찌될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헌재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할 것으로 믿지만, 헌재의 결정이 둘로 갈라진 민심 앞에 중심을 잡아줄 지 걱정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법치주의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등 국가기능 전 분야를 막론하고 중심을 잡아줄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여야 간 극한 대치와 10년 가까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 및 재판이 끊이지 않는 사법 과잉 시대에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 역시 발전할 수 있다는 그 흔한 얘기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대화와 타협, 지난한 협상 과정이 신속한 의사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해 국가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의견에도 경청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것은 정치의 과정 중 하나다. 설혹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거친 의사 결정의 결과물은 단단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 될 것이다.

국내외 정세가 극도로 혼란한 망망대해에 대한민국 호(號)가 떠있다. 어느 방향이든 노를 저어야 파도를 타고 넘을 텐데 컨트롤타워가 없는 공공 부문은 멈춰 선 지 오래고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도 일손을 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탄핵 이슈에 한 눈 팔려 아무런 대비가 안 된 사이 예상하지 못한 큰 파도에 휩쓸리기 전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길 기도할 뿐이다. 이대로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하다.

헌법 제27조는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신속한 재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다. 재판이 지연된다는 비판은 말이 돼도 재판이 빨리 끝났다는 비난은 자제하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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