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96℃ 견디는 ‘고망간강’…LNG 시대 핵심 소재 공략”

입력 2025-03-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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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제철소
전용 특화설비 구축ㆍ기술축적
글로벌 인증 안전ㆍ기능성 입증
니켈보다 가격 30% 가량 저렴
액화수소 운반ㆍ저장 소재 개발
잠수함ㆍ전차 등 방산 등도 활용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Mn)강’은 액화천연가스(LNG)뿐만 아니라 액화수소 운반·저장을 위한 소재 개발이 진행 중이고, 비자성 특성을 활용해 방산 분야 등 용도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습니다.”(이순기 포스코 수석연구원)

지난달 26일 찾은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단일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곳 후판 공장에선 고망간강 생산 설비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쇳물을 굳힌 시뻘건 슬래브(Slab·반제품)가 압연기를 지날 때마다 우레 같은 굉음이 울렸고, 안전모 속까지 열기가 들어찼다. 중간중간 고압수가 분사되며 슬래브 표면의 스케일(산화층)을 쓸어내렸다.

고망간강은 철에 22% 이상의 망간을 첨가한 철강 소재다.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고강도·내마모성·비자성 등 다양한 성능을 갖췄다.

포스코가 고망간강 개발에 뛰어든 건 2010년대 초반이다. 국제 환경 규제가 강화함에 따라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LNG 저장과 운송을 위한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LNG는 -163℃에서 액체 상태로 운반되기 때문에 극저온에서도 견디고 강도가 높은 소재가 필요하다. 기존에 LNG 탱크용으로 사용되던 니켈은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반면 고망간강에 들어가는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해 ‘9%니켈강’ 대비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문제는 생산 공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망간은 소재 특성상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쉽고, 산화에 취약해 열간 압연(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해 압연하는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후판 제조에서 제어상 어려움이 있었다. 마그넷(자석) 크레인을 통해 이송하는 일반 후판과 달리 자석이 붙지 않는 특성 탓에 새로운 이송 시스템도 필요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다른 제철소와 달리 용선(쇳물)부터 제강 공정, 압연 공정까지 하나로 이어진 일관된 구성을 갖추고 있어 이를 활용해 고망간강 전용 특화 설비들을 구축했다. 액체 상태인 망간(용융망간)의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자체 기술을 비롯해 플라즈마를 이용한 절단, 탄소강보다 정밀한 검사, 진공 흡착식 크레인 등 포스코가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가 모두 담겼다.

이렇게 개발한 고망간강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터미널 5·6호기에 적용했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협력해 다양한 성능 시험을 수행했고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날 터미널에선 7·8호기 건설이 한창이었다. 20만 킬로리터(㎘) 용량의 탱크 외조는 콘크리트 구조물, 내조는 고망간강으로 구성된다. 내조 크기는 직경 84미터(m), 높이 39m로 1기당 2650톤(t)의 고망간강이 들어간다.

▲광양 제2 LNG 터미널 건설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광양 제2 LNG 터미널 건설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글로벌 인증 획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7년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기술로 등재된 데 이어 2022년 국제해사기구(IMO)가 LNG 탱크 소재용 국제 기술 표준으로 정식 채택했다. 2023년에는 LNG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화물 및 연료 탱크 소재로도 등록됐다.

고망간강을 액화수소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도록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액화수소는 LNG보다 더욱 극한의 환경인 -253℃를 유지해야 한다. 에너지 인프라뿐만 아니라 고망간강의 활용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속한다. 일례로 고망간강의 비자성 특성을 방산 분야에 적용하면 잠수함, 함정, 군수용 전차 등의 스텔스(은폐)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힘든 상황인데, 포스코가 생산하는 고망간강으로 탱크를 만들면 중국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해외에 빼앗겼던 제조업을 다시 찾아와서 국내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을 건조할 때 프랑스 GTT가 독점한 멤브레인형 원천 기술을 사용하고 로열티로 선가의 5%를 지불한다”면서 “고망간강은 로열티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 제품 (사진제공=포스코)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 제품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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