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들은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사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령 모 연예인의 다리털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 마약 사범들 사이에서는 전신 제모가 유행했다. 학교 폭력이 이슈가 되었을 때는 상담 전화 대부분이 과거 학폭을 사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는 음주운전 후 현장을 벗어나 고의로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에 대한 법적 제동 장치다.
과거 한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한 뒤 경찰 추적을 피했다가 시간이 지나 자수했으나, 법원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운전 당시 음주 측정치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 때도 술타기 수법처럼 모방 범죄가 잦았다.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여러 지역에서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왔던 것도 전형적인 모방 범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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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언론중재위원회는 모방 우려가 있는 범행 수법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범죄 수단과 방법을 선정적으로 다룬 보도, 범죄를 미화하거나 이용될 수 있는 기법을 담긴 보도는 바로잡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언론과 달리 영화 등 창작물이나 유튜브 게시물은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 최근에는 흥행, 조회수를 끌어내려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거나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도 공개해 버린다.
심지어 변호사가 사건에 영향을 주려고 일부러 선동적인 발언을 하거나 전략을 노출하는 사례도 있다.

범죄나 사건이 이슈화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 본질이 왜곡되거나 과장되는 일은 흔하다. 그 사이 평범한 피해자들은 개인정보를 보호받지 못하고, 아무 이유 없이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댓글로 조리돌림 당하기도 한다.
범죄가 발생하고 나서 수사 단계를 거쳐 법원의 판결까지 짧으면 6개월 정도 걸린다. 범죄자들은 이 과정을 지나 엄정한 형량으로 징악(懲惡) 받겠지만, 대중의 관심은 그사이 사라지기 일쑤다.
그렇기에 전신 제모, 술타기 등 잔꾀만 기억에 남는다. 이후 모방범죄로 생긴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 단순히 사건을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그 상처와 사회적 부작용이 깊게 자리 잡는 것이다.
이보라 변호사는 “대중들도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흥미로만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의 본질과 피해자 보호, 재발 방지를 위해 성숙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