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지 하바구든 디렉터 “가장 편안한 가구 만드는 데 집중…‘진짜 나’의 모습 제안”

입력 2025-03-0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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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지 하바구든 디렉터.  (사진제공=하바구든)
▲문승지 하바구든 디렉터. (사진제공=하바구든)

사람이 좀 더 편하게 쉬는 방법을 계속 제안하고 싶었어요.

문승지 하바구든 디렉터는 2일 본지와 만나 “집으로 돌아간 이후부터의 삶을 케어하는, 그런 제품과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바구든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함께 지내는 가구를 선보인다. 브랜드 이름은 집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 인사말이 콘셉트다. 문 디렉터는 “인사말인 ‘Have a good one’을 발음하는 대로 쓰면 ‘하바구든’이 된다”며 “집으로 가면서부터 하루가 새로 시작된다는 시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집으로 돌아가면 진짜 내 모습이 나오게 되잖아요. 긴장감도 풀리고. 밖에서 멋있게 입고 있다가 집에 가면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의 내 모습을 보게 되는데, 어쩌면 그게 하루가 새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바구든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 본연에 충실한 가구를 만든다. 문 디렉터는 “디자인들이 과하거나 튀어나오지 않고 가장 필요한 것만 남겼다”며 “집안의 주인공이 되는 가구를 만들기보다는 집 어디에 둬도 잘 어울릴 수 있는 가구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하바구든의 가구는 보기만 해도 밖에서 쌓인 긴장감과 피로가 풀리고, 만지거나 쓰기도 편한 느낌을 준다. 내부에선 저자극 디자인, 저자극 브랜드라는 이야기를 한다. 문 디렉터는 “이미 밖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집에 돌아가게 되는데 시각적으로도 편하고 만졌을 때, 사용할 때 편한 느낌을 다 충족시켜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냅 소파’는 말 그대로 낮잠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를 가졌다. 문 디렉터는 “진짜 나의 편한 모습으로 누워 지낼 수 있도록 가장 편안함을 주는 각도 등을 생각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가구들이 가진 라인들에도 ‘많이 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담겼다. 소파의 원단도 기능에만 집중하기보다 촉감과 앉았을 때의 안락함 등이 많이 고려됐다. 문 디렉터는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촉감을 느끼는 것을 많이 유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테이블도 저희는 직선으로 쫙 빼는 식의 디자인보다는 기본적으로 사각형을 만들더라도 ‘호’에서 시작한다”며 “집에서 테이블을 지나치면서 이렇게 만지게 되는 행위에 자그마한 재미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바구든  '냅 소파'와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하바구든)
▲하바구든 '냅 소파'와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하바구든)

사실 하바구든은 가구만 파는 게 아니라 지금 이 공간의 사운드, 향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싶었어요. 삶의 방식이나 저희가 생각하는 집의 인테리어 등 방향성에 대한 제안들을 브랜드를 통해 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하바구든은 다양한 기업,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디자인그룹 ‘팀바이럴스’가 처음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디자인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브랜드다. 문 디렉터는 “기업의 인테리어,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누군가를 잘 되게 해주는 일을 해오다가 어느 순간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며 “우리가 하던 일을 한 번 우리에게 쏟아보자는 생각을 했고,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공개하는 첫 자리로 ‘2025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선택한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었다. 문 디렉터는 “소수가 소유하는 브랜드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디자인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초심은 소비자에게 맞닿아 있다고 보고 리빙페어만큼 좋은 플랫폼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맞대 설명하고, 부족함을 물어보는 등 여러 가지를 하기에는 여기만 한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 공간을 기획하면서 하바구든은 ‘집의 모습’을 제안하는 데 집중했다. 문 디렉터는 “물건 파는 느낌을 주거나 제품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scene)을 제안하고 싶었다”며 “‘이런 식으로 쓰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두고 이런 세팅으로 쓰면 집이 예뻐질 거다’라는 것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집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식탁 옆에 식탁이 하나 더 있다거나 하는 구성을 다 빼버렸다”며 “‘나도 이런 집에 살고 싶다’, ‘우리 집도 저렇게 해볼까’ 등 대화를 이 공간 안에서 조금 더 해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하바구든은 4월 한남동에 쇼룸을 오픈하고 새로운 가구 컬렉션을 론칭할 계획이다. 진행 중인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도 공개한다. 문 디렉터는 “진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방향과 느낌들을 담아서 하는 브랜드고, 우리 디자인을 소비자들과 공감하면서 오래 가고 싶다”고 말했다.

문승지 디렉터는 서울과 제주 기반의 디자인 그룹 ‘팀바이럴스’ 공동대표이자 가구디자이너다. 다양한 국내외 기업,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품과 가구 디자인은 물론 공간 디자인, 오브제, 설치 등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디자인 행보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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