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출금리 하단은 3.9%
DSR규제에 경쟁력 더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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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자동차 담보대출(오토론) 잔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오토론 수요가 줄어든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오토론이 포함되며 취급액이 계속해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월 말 기준 오토론 잔액은
2조4247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2162억 원) 대비 24.61% 감소했다. 1년 새 8000억 원 가량 급감했다. 시중은행 오토론 잔액은 2019년 5조2965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2021년 5조380억 원 △2022년 4조165억 원 △2023년 3조4310억 원으로 감소세다.
시중은행 중 오토론 취급 자체를 중단한 곳도 있다. NH농협은행은 2020년 ‘채움오토론’을 중단한 후 1년 뒤 ‘오토론 전환대출’ 판매를 종료하고 2022년부터는 ‘NH간편오토론’ 판매도 중단하며 오토론 상품 취급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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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오토론 잔액이 급감한 이유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은행 오토론 금리는 연 3~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8%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오토론 이자 부담이 증가하며 대출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얘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신차 기준(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그랜저·현금 구매 비율 30%·대출 기간 36개월 기준) 자동차 할부 금리 하단은 3.9%로 나타났다.
은행의 오토론은 2018년 10월부터 DSR 산정에 포함된 반면 카드·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은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의 오토론이 카드·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에 비해 경쟁력이 하락한 이유다.
자동차대출 시장에서 카드·캐피털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은 9조58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조8882억 원) 증가했다.
경기 침체에 신차 구매 대신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늘었다. 신차에 비해 중고차는 대출 필요 금액이 적어 오토론 이용 비율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4년 자동차 내수 시장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63만5000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2013년(154만대)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국산 차와 수입차 판매가 각각 7.3%, 2.5% 감소하며 시장 전반이 위축됐다.
시중은행의 오토론 잔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사까지 자동차 금융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출 관련 고삐를 조이고 있어 연체율 증가 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대출을 줄일 수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등으로 금리 경쟁력이 크지 않은 오토론 영업에 한계가 있어 실제 자동차 대출 취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