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은 산업 육성 나서는데…한국은 때아닌 ‘규제’ 논란
“글로벌 경제 블록화…기업·기술 경쟁력 강화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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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각국이 규제 완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도 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빅테크에 디지털서비스세를 매기는 국가를 대상으로 보복 관세를 검토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외국 정부의 일방적·반경쟁적인 조치를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해당 각서는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고,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가 현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도록 하며, 망 사용료와 인터넷 종료 수수료를 부과하는 외국 법체계”도 문제 삼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디지털세 보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외국 규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무역 정책을 집행하며 외국과의 협상을 지휘하는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이다.
국내선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미국의 보복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법은 일정 수준의 점유율과 이용자 수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우대·끼워팔기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 최대 매출의 8%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미국의 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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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산업 내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는 ‘경쟁력 나침반’ 전략을 내세웠다. 경쟁력 나침반 전략은 EU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및 성장을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중국은 ‘디지털 중국’ 정책을 통해 국가 경제와 사회의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DX)을 꾀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면서도 정부 주도로 공공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정보기술(IT) 규제책보단 진흥·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디지털 시장에 번진 경제적 민족주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현행 플랫폼 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함께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승혜 연구위원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 블록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국가 경제 주권 차원에서 핵심 디지털 인프라의 자주성 강화, 디지털 양성 등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