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재개 가능성 시사하기도
하마스, 당초 합의한 ‘제2단계’ 이행 요구하며 거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휴전 1단계 시한이 지나서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휴전 연장 제안에 대한 합의를 거부하자 하마스에 대한 ‘무관용’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보급물자의 가자지구 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고도 휴전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매우 틀렸다”면서 “무료 점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마단 기관과 유월절까지 휴전을 연장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하마스를 압박하는 것이다. 올해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은 3월 29일까지이고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은 4월 20일까지다.
당초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3월 1일 만료되는 휴전 합의 ‘제1단계’ 이후에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목표로 하는 ‘제2단계’를 이행한다는 휴전 협정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2단계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미국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재안은 일단 1단계 휴전을 약 50일 연장하는 즉시 하마스가 남은 생존 인질과 사망자 유해의 절반을 돌려보내고, 이후 영구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절반을 송환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하마스는 현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내용이 담긴 ‘제2단계’로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휴전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안대로 인질을 석방하면 하마스의 협상 카드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싸구려 협박이자 전쟁범죄”라며 “합의를 어기고 2단계 협상을 회피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우리는 앞서 합의된 3단계 휴전안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점령군 포로(이스라엘 인질)를 석방할 유일한 방법은 휴전 합의를 지켜 즉시 2단계 협상에 들어가는 것뿐”이라고 강조하는 등 위트코프 특사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블룸버그는 하마스가 양보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양보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강경파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계속해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면, 추가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공격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우려스럽다”며 “지난 42일간의 진전을 되돌려서는 안 되며, 휴전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