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지역에서 전자기기 부품 제조 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인력수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대표는 “근로자 평균연령은 55세로 고령화됐고, 퇴직 정년인 62세를 넘겼지만 계속해서 근무하는 직원도 있다”며 “기술 전수가 끊길 수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더해 인력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기술 전수가 이뤄지지 않고,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젊은 직원부터 중간 직원, 고령 직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돼야 숙련 기술이 전수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고리가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일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조업의 50대 인력 비중은 27.4%로 30대(23.9%)보다 높았다. 60대 이상 인력 비중은 9.8% 수준으로 조사됐고, 소기업의 경우 10.4%로 중기업(8.6%)보다 높게 나타났다. 목재 및 나무제품(가구 제외) 14%, 가구 12.5%, 가죽 11.8% 등 초고령 인력 비중이 두드러지는 업종도 있었다. 뿌리산업의 경우 40대가 31%, 50대 27%, 60대 이상이 10.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2024년 뿌리산업 실태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정민호 인력정책실장은 “뿌리 제조업의 경우 40대가 젊은 직원이고 50대, 60대가 주로 있다”며 “노하우 등 전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제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I 추천 뉴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대기업과의 격차가 지속하며 심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2023년 기준)은 3.2%로 대기업(1.6%)보다 높다. 특히 제조업의 인력 부족률은 4.1%에 달했다.
A 대표는 구인공고를 내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년층 지원은 전무하고, 지역 대학에서 개최하는 채용박람회에 참가해도 채용 부스를 찾는 대학생이 없다. 그는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 중 소부장, 뿌리기업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591만 원으로 중소기업(286만 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연봉 수준’(5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문화가 좋지 않음’(29.5%), ‘고용 불안정 우려’(28.4%) 등도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게 했다.
청년 인력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3년 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중소기업은 2019년 5%에서 3.6%로, 같은 기간 벤처기업은 2.1%에서 2.0%로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은 17.4%에서 27.4%, 창업 등 자영업은 11.9%에서 15.8%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들이 열악한 경영 여건상 자체적으로 급여 수준 향상,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이루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를 채워 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적인 외국인력 활용에도 장벽이 있다. A 대표는 지역대학의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3000여 명인데, 특정 활동(E-7) 비자 취득이 가능한 직종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비숙련(E-9) 비자 전환은 법적으로 불가능해 대부분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그는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본인이 학업을 한 지역에 정착하고 싶어 한다”며 “지역의 소부장 및 뿌리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학비자(D-2), 구직비자(D-10)가 E-9 비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장에선 고령 인력에 대한 계속고용장려금을 더 확대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에 달한 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정년을 연장·폐지하면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 인력을 계속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상향하고 기간도 5년으로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