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권에선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잠룡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 개헌안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개헌을 시사하자 당에서도 움직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권 유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학 교수는 여권 내 개헌 논의가 불붙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의 책임론을 최대한 희석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잠룡들과 당은 ‘정권 유지’라는 공통의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개헌이라는 주제를 앞으로도 계속 주창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유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도 4년 중임제 및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이 언급되는 데는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이 만든 선례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거라는 위기의식이 깔렸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 시장, 한 전 대표 등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바탕으로 한 ‘희생론’을 던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요한 건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일 것이다.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들려왔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개헌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되기도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개헌이라는 거대한 담론은 결국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여권 주자들, 당 지도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빌드업’을 하는 걸 거다. 다만 그들이 재고 있는 ‘정치적 타이밍’이 의미가 있으려면 꽤 완벽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고, 차기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성이 전면에 세워지면 국민적 공감대와는 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추진하는 개헌 논의는 어느 방향으로 갈까. 그리고 그 결론은 어떤 식으로 나게 될까. 탄핵 정국에서 또 다른 화두가 된 개헌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