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달러페그제 효과에 외국인 투자자 주목
멕시코 관세 폭탄에 이웃 브라질 반사이익

피난처로서 신흥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시작한 인공지능(AI) 수혜가 중화권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대만 TSMC가 AI 앱에 필요한 반도체를 만든다는 소식에 81% 급등했고 올해 들어선 알리바바가 생성형 AI 자체 개발 소식에 55% 상승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상승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그 결과 미국 나스닥지수 대비 홍콩 항셍기술지수 수익률 비율은 1월부터 치솟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달러 페그제를 도입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안정적인 통화 가치를 인정받아 해외 투자자들의 주목받고 있다. 주택, 자동차, 은행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UAE 증시 벤치마크인 두바이금융시장종합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웰스파고의 브랜던 맥케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많은 국가가 흥미로운 선택지”라며 “특히 UAE, 사우디, 카타르는 트럼프 리스크에서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인캐피털의 칼 토메 펀드매니저는 “디르함(UAE 통화)은 달러에 고정돼 있어 UAE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외환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는다”며 “이는 전 세계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에서 유리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남미도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했다. 브라질은 주식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전망 덕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적인 관세 타깃인 멕시코의 이웃이면서도 관세 위험이 낮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이 멕시코 페소보다 브라질 헤알을 매수하고 있다고 UBS는 최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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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는 내년 기업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 통화 가치와 주가 상승률 등에 있어서 신흥국 상위권에 올랐다. 베네수엘라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채권 대부분이 몇 년 만에 ‘20센트 클럽(달러당 20센트에 거래되는 채권)’ 오명에서 벗어나 그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는 등 채권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로 시장이 모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그 밖에도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가 강력한 경제 개혁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이뤄낸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투자은행 윌리엄블레어의 마르셀로 아살린 신흥국 채권 대표는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선택적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자산은 근본적으로 매우 저평가돼 있고 투자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캐리 트레이드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올해 투자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