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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중국에서 생산된 볼보, 벤츠 그리고 테슬라가 국내로 수입되었다. 약간의 감정적 저항이 있었지만, 한국 소비자는 이런 자동차를 최종 조립기지로 품평하지는 않았다. 작년 4월에는 현대차마저 중국에서 생산한 쏘나타를 택시용으로 한정하여 수입하였다. 그리고 2025년 1월, 드디어 진짜배기 중국 업체인 BYD가 한국에 전기차를 팔겠다고 나섰다.
BYD가 내세운 ‘아토3’란 전기차는 현대차의 니로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다. 가격은 3000만 원대 초반인데, 온라인 시승기를 살펴보니 대체로 품질이 무난하다는 평가다. BYD는 전 세계 1위의 전기차 기업이며, 아토3는 100만 대 넘게 팔린 간판 모델이다. ‘중국산 공습’이란 말이 실현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아무리 가격과 품질을 따져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현대차는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이고, 품질도 웬만한 일본기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고작 0.24%에 불과하다(2024년 607대 판매). 물론 한국에서도 중국산 스마트폰은 존재감이 없고, 몇몇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소비 부진으로 철수했다. 소비자가 국산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입품을 소비 리스트에서 아예 빼버리는 소비 행동이 분명히 존재한다.
중국 전기차는 최근 1~2년 사이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출은 테슬라와 유럽 브랜드의 중국산 전기차가 시동을 걸었고, 그다음은 유럽 브랜드와 중국 업체가 공동 생산한 중저가 전기차가 건너갔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순수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전기차가 쏟아져 들어갔다. 유럽의 자존심 폭스바겐은 지난해 독일 공장 3곳의 문을 닫았다.
중국 전기차 성공은 소형 전기차를 선호하는 유럽 렌터카 시장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후발 자동차 업체가 신규 시장에 진입할 때 렌터카 시장부터 공략하는 게 일반적인데, 유럽 렌터카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국면에서 중국이 그 과실을 독차지했다. 독일 렌터카 회사인 식스트는 2022년부터 6년간 BYD 전기차를 10만 대나 구매하기로 했다. 친환경을 내세운 유럽의 급속한 전기차 전환 정책이 유럽 자동차 기업을 밀어내고 중국 기업을 끌어들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국 독일 등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이를 유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마도 금년에는 중국 전기차의 유럽 진출이 작년보다는 다소 주춤할 것 같다.
이제 한국 렌터카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달리 소형 전기차를 빌리거나 리스하는 수요가 많지는 않다. 게다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캐즘 현상이 있고, 정부가 전기차 전환 정책을 서두르는 편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산 자동차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거나, 개인 정보가 샐 수 있다거나 하는 주장이 아니더라도 한국에는 강력한 국내 경쟁자가 있고, 렌터카 시장 구조가 유럽과 다르기에 중국 전기차가 유의미하게 판매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국내 시장에서의 걱정보다는 유럽이나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일 방도를 찾는 게 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