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朴 회장 형제, 경영권 갈등 '안갯속'

입력 2009-07-29 13:16 수정 2009-07-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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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 금호석화 1대 주주자격 공격 예상...박삼구 회장, 조카들 지분 확보시 방어 가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과 그룹 경영에서 함께 손을 떼기로 하는 '충격요법'을 선택함에 따라 향후 그룹경영 판도 변화에 관심이 높다.

특히 금호사이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에서 점철된 형제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 체체도 돌아선 상황이여서, 앞으로 형제간 지분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새롭게 선임된 박찬법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금호계열사의 지분구조에 영향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영권은 지분구조에 영향력이 없는 인사에게 넘겨지고, 그 뒤에서 지분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러한 추측을 가능케하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5개 계열사 자리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그룹 회장직에서만 물러나는 것이지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과 금호석유화학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선, 대우건설 재매각 등에 있어 절대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도 이런 부분에서 책임 경영을 할 것"이라고 언급, 경영활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두산가(家) 전철 밟을까

이번 박삼구 회장 등 총수들의 동반 사퇴가 일시적인 처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84년 창업주 사망이후 25년간 이어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깨졌지만 4년 전 비슷한 길을 걸었던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앞으로 행보를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당시 두산 '형재의 난'은 두산그룹의 박용오 전 회장이 물러나고 박용성 회장이 취임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길 것을 박용오 회장에게 요구하자 이사회 하루 전에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함으로 사건이 시작됐다.

결국 두산가를 한바탕 흔들었던 '형제의 난' 이후 오너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오너일가가 속속 복귀하는 '유(U)턴 행보'를 보인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도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매각 등 '사면초가'에 빠진 그룹의 재도약을 위해서 총수의 책임경영이 필요한 만큼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두산 가문의 오너 경영 체제는 완전히 부활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변모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3남 박용성 회장과 5남 박용만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며 그룹 핵심 계열사를 장악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고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박용현 ㈜두산 회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형제 경영'이 부활시켰다.

회장의 그룹내 위상이 강화되면서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 등 오너 4세들의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

◆'안갯속'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하지만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동반퇴진으로 '형제의 난'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찬구 회장쪽이 해임 의결에 반대해 법적 대응을 하거나, 금호석유화학 1대 주주 자격을 무기로 '재반격'에 나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권을 되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놓고 보더라도 박삼구 회장 부자와 조카 박철완 부장이 갖고 있는 지분이 23.53%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에 체류 중인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인 박재영씨 지분까지 합치면 28.18%에 이른다.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은 18.47%다.

아울러 '형제의 난'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혼란에 빠지면서 박찬법 전문경영인 체제가 대우건설·금호생명 매각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도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보는 관전 포인트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법 부회장은) 40여년간 그룹에서 몸담아왔기 때문에 그룹 철학과 내부 사정에 대대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나보다 잘하는 그룹 회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항공분야를 제외한 다른 쪽 경영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아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앞으로 전망이 '안갯속'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박찬구 회장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박찬구 회장이 이번 해임을 용인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은 물론 향후 그룹구도 역시 불확실성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선 '형제의 난'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인해 받을 수 있는 타격까지 감수해야 하는 만큼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재무적 부실로 대우건설을 다시 내다팔 정도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형제의 난'이 일어난 만큼 시장에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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