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서브스턴스'‧'퍼펙트 데이즈'…실험성·예술성 무장
새로움 쫓는 MZ, 익숙한 서사보다 개성 있는 영화 이끌려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독립·예술영화를 관람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대중·상업영화가 아닌 자신의 가치와 취향이 반영된 재기 발랄한 영화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6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매출액은 2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3.2%(135억 원) 증가했다. 최근 10년 내 최고치다. 관객수도 261만 명으로 129.4%(147만 명) 늘었다. 매출액과 관객수 모두 두 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세계 독립‧예술영화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최근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는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가 차지했다. 이 영화는 성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독립‧예술영화다.
'아노라'의 제작비는 600만 달러(한화 약 88억 원)다. 할리우드 독립‧예술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500만~1000만 달러 정도다. '아노라'는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무려 5관왕을 달성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서브스턴스'로 여우주연상이 유력했던 데미 무어를 제치고, 미키 매디슨이 수상한 것은 올해 아카데미의 최대 이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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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영화는 익숙한 서사에서 탈피한, 감독의 개성과 실험성이 강조된 영화를 말한다. 또 대형 영화사나 스튜디오의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제작된 영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흥행보다는 감독의 예술적 가치관이 강조된다. 한국에서는 이창동‧정주리‧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인 독립‧예술영화다.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인디(독립)영화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마티’(1955)와 ‘기생충’(2019)에 이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세 번째 영화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아노라’는 한국에서도 5만 명 이상의 누적관객수를 동원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독립·예술영화의 선전은 지속하고 있다. 특히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가여운 것들’, ‘서브스턴스’, ‘퍼펙트 데이즈’, ‘추락의 해부’ 등 다양한 해외 독립·예술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서브스턴스’는 전날 기준 누적관객수 54만 명을 돌파하며 이목을 끌었다.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6주차에 확대 상영을 했는데, 모든 장르의 영화를 통틀어 2013년 ‘지슬’, 2009년 ‘워낭소리’ 이후 세 번째다.
‘서브스턴스’는 제77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상 115개를 받은 화제작이다. 다시 젊어지기 위해 의문의 약물을 투여한 어느 노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다. 데미 무어는 이 영화로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정새별 영화평론가는 “지금 젊은 세대들은 매분 매초 새로운 것을 쫓는다. ‘개성’, ‘정체성’, ‘나다움’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통하는 세대”라며 “주제나 스타일 측면에서 대중영화가 주저하고 회피하는 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독립·예술영화가 매력적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