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세계 가치 수호하려는 우크라 군인들에 감사해야”

폴란드 민주화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공산주의 체제 법정’에 빗대어서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웬사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가 38명과 공동 명의로 보낸 서한에서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의 분위기가 보안기관과 공산주의 법정의 심문을 떠올리게 해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자신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전능한 공산당 정치경찰의 지시를 받은 검사와 판사들도 자신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때문에 무고한 수천 명이 고통받는다며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슷한 방식으로 대하는 데 충격받았다”라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광물협정에 서명하러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런 카드도 없다”며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수백만 명 사람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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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바웬사 전 대통령은 “자유세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면서 “자유세계의 상징인 나라의 지도자가 이를 볼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폭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왔던 것에 등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20세기 역사를 보면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와 유럽 동맹국과 거리를 두고자 할 때마다 스스로를 위협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역설했다.
NYT는 “바웬사의 서한은 유럽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정상회담은 유럽 지도자들을 경악케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그를 직접 공개 비판하는 것은 자제했다.
바웬사는 1980년대 동유럽 최초의 자유 노조를 설립해 폴란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1990∼1995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첫 대통령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