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생산 비중 줄이고 생산기지 옮겨
트럼프 행정명령에 시기 빨라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 타격이 예상보다 약하게 마무리되더라도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하면서 일찌감치 중국에 생산기지를 꾸린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을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4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와이어링 하네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A 부품사는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정책에 경영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여러 전자장치를 연결하는 전선을 모아 묶어 놓은 배선뭉치로 차량에 필요한 필수 부품이다.
그동안 A사는 ‘바이백’ 경영 전략을 구사해 왔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다시 들여와 국내 고객사에 공급하고 해외 고객사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유통과정을 몇 단계 더 거치더라도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산 생산 제품에 제동을 걸면서 이 전략도 물거품이 됐다. A사는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돼 우리나라 등 타국가를 우회해 미국으로 가는 제품도 중국산 부품으로 분류돼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자체를 떼어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뉴스
앞서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커넥티드카 규제를 꺼내 들었다. 2027년과 2029년부터 각각 중국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사용을 금지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 관련 부품을 국산화 또는 대체해야 하는데, 이 시기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으로 당겨질 우려가 매우 커졌다. 중국산 제품을 적용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납품하는 2차·3차 부품 공급업체들에 타격이 집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동차 공급망은 한번 바꾸면 인증과 같은 절차적인 부분을 새롭게 받아야 해서 대응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대비해 생산방식의 혁신과 공급망 효율화, 가격·제품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 정부의 정책 대응이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확인했는데 이는 중국산 제품 견제로 해석된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출 물량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물량 자체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