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비용 낮추기 전략
가계대출ㆍ부동산 회복 조짐은 변수

올해 초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자금 수요가 줄어들자 조달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4일 은행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2조2410억 원으로 전월(1조6609억 원)과 비교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은행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9월 8조9998억 원 △10월 6조9259억 원 △11월 6조306억 원으로 5개월 만에 순발행액이 81.55% 급감했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용도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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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이 급감한 데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은 1월 기준 733조6588억 원으로 전월(734조1350억 원) 대비 4762억 원 줄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8조4635억 원에서 579조9771억 원으로 1조5136억 원 늘었다. 하지만 주담대가 폭증했던 지난해 8월 증감액(8조9115억 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반영됐다. 은행들은 고금리 채권 발행을 줄이고, 기존 대출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와 함께 은행채보다 금리가 대체로 낮아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이 늘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채 순발행액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약 5조 원 늘어나며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거래도 회복 조짐을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총 2537건이다. 2월 계약의 거래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1월 신고분(3295건)의 77%까지 올라섰다.
금융당국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상향으로 은행채 발행이 늘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LCR 규제 기준을 95%에서 97.5%로 올렸고, 올해 1월 100%로 상향했다. LCR 규제비율 상향 조정으로 은행권의 자금 조달 경쟁이 본격화되면 은행채 발행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은행권 대출이 많지 않나 조달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출 영업이 본격화될 이달 말부터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