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조짐이다. 전체적으로 오름폭이 커지고 하락 지역이 줄어드는 한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로 관망세가 풀리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집값 우상향 추세 지속 가능성을 볼 때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1% 상승하며 전주(0.06%)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이 0.1%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4개월여만이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물론이고 종로·광진·성북·양천·강서·영등포·강동구 등의 오름폭이 커졌고 동대문·중랑·강북·노원·은평구 등은 낙폭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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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가 내림세를 멈추고 구로구가 상승 전환하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자치구는 8곳에서 6곳으로 줄었다. 아파트값이 떨어진 자치구 수는 2월 둘째 주만 해도 12곳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꽁꽁 얼었던 거래량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이날 기준 2556건이다. 2월 계약분 거래 신고 기한이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1월 거래량의 80%가량을 달성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4000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출금리와 공급 상황, 비싼 분양가 등 봤을 때 지금보다 내 집 마련 여건이 좋아진다는 기대가 크지 않아 매수자들이 의사결정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급지의 온기가 퍼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나타날 정치권의 교통·개발 정책 경쟁이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고 상당 기간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의견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전까지 서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조정을 받더라도 저점이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아직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곳을 중심으로 매수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매수를 미룰수록 가격이 높아지고 그만큼 자금조달 부담이 커져 내 집 마련 기회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에라도 집을 갖고 있어야 상급지 진입이 한층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또 윤 위원은 "서울이 어렵다면 집값이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인천도 선택지로 고려할 만 하다"며 "갈아타기를 하려는 경우라면 서울 내에서 지역별 격차가 좁혀질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