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부담 커지는 ‘비만’…“치료 필요한 질환”

입력 2025-03-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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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8명 다이어트 경험, 병원 진료로 체중관리 10명 중 1명 불과

비만학회 “비만병 대응위해 국가 차원 치료 환경·인식 개선 절실”
“기존 BMI 아닌 ‘임상적 비만병’ 활용 정책 마련해야”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2025년 세계비만의 날 정책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2025년 세계비만의 날 정책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큰 비만병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우리 국민 10명 중 약 8명꼴로 다이어트 경험이 있지만, 병원 진료를 통해 체중 관리를 시도한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로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란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는 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2025년 세계 비만의 날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매년 3월 4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비만연맹(WOF)에서 2015년 제정한 ‘세계 비만의 날’이다. 비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예방 및 치료 개선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올해 세계 비만의 날 캠페인 주제는 ‘시스템의 변화, 건강한 삶(Changing Systems, Healthier Lives)’으로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시스템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재를 담고 있다.

BMI만으로 비만 진단보다 ‘임상적 비만병’ 구분해야

국내 비만병 유병률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의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병과 복부비만 유병률은 2022년 기준 각각 38.4%, 24.5%로 확인됐다. 남성의 경우 절반이 비만에 속하며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의학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비만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33조 원을 넘었고, 2035년에는 약 9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진단하고 오랜 기간 단순히 체중 증가나 지방 축적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개별 환자의 건강 상태와 장기 기능 저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날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이 발표한 새로운 ‘임상적 비만병’ 진단 및 관리 모델을 소개했다. 이 교수에 의하면 비만 예방 및 의학적 중재의 시기와 강도를 객관적으로 구분한 맞춤형 치료 제공을 위해 ‘임상적 비만병 전 단계’와 ‘임상적 비만병’을 구분하는데, 이중 임상적 비만병(clinical obesity)은 비만이 다른 질병과 연관된 현상이나 위험 인자가 아닌 그 자체로 신체기관에 기능 변화를 유발하는 만성질환으로 공식 인정됐다.

이 간사는 “기존처럼 BMI만으로 비만을 진단하게 되면 근육이 많은 방송인 김종국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BMI로만 비만을 진단하면 질병 위험이 과소평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며 “BMI 단일 검사는 비만을 선별하는 용도로만 쓰고 과도한 체지방 존재, 주요 기관 기능 장애나 일상활동 제한 여부를 기준으로 ‘임상적 비만병’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만을 다른 질병과 연관된 현상이나 위험 인자가 아닌 그 자체로 기관의 기능 변화를 유발하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임상적 비만병의 개념은 비만 관리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한다”며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를 통해 개별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고, 필요하면 적극적인 개입으로 비만 관련 합병증을 줄이며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상적 비만병을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활용하면 대상자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병을 중심으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수립한다면 비만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관리대상이 많아지면서 정책의 효율성이 낮아지게 된다. 또 비만병 예방과 관리의 주체가 개인인지 국가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는다”며 “기존 비만병 진단기준인 BMI 중심 평가방식을 넘어 임상적 근거를 토대로 ‘임상적 비만병’을 활용한다면 예방과 관리의 주체에 대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 치료 필요한 질환이란 인식 낮아

비만을 질환으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또 의료진 10명 중 9명은 비만 치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진료하는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달 7일부터 12일까지 의료진 404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진료 및 관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의료진의 90%가 비만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95%가 지속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일반인 응답자 중에선 28%만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인식했고, 63%가 비만은 개인 의지로 해결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차의과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의 78%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지만 병원 진료를 통해 체중 관리를 시도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주된 이유는 비용 부담과 약물 부작용 우려였다.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 환경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허 이사는 “의료진 대상 비만진료 교육 확대 및 명확한 진료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고 비만 상담 수가 현실화와 함께 장기적 안전성을 갖춘 치료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면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비만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한 캠페인과 공공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비만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질환으로 인식하도록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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