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시간 27분)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질병 부담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4일 대한수면연구학회는 2025년 세계 수면의 날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런 통계가 담긴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수면 인식 설문조사, 2024 가민 커넥트(Garmin Connect) 데이터,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 2025 이케아 수면 보고서 자료를 종합해 작성됐다.
한국인의 취침과 기상 시간은 각각 평균 오후 11시 3분과 오전 6시 6분으로 조사됐으며, 수면의 질이나 양에 만족하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의 약 75% 수준에 그쳤다. 매일 숙면을 취하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이다. 수면 장애 및 불면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0년 약 27만8000명에서 최근 약 67만8000명으로 140% 증가했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수면 시간 부족’을, 여성은 ‘수면 장애’를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젊은 층에서 수면 부족을, 고령층에서는 수면 장애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특히 50~60대는 상당수가 수면 장애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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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심리적인 스트레스(62.5%)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층간 혹은 외부 소음(19.4%), 신체적 통증(19.2%) 순으로 나타났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개인적인 불안(35%), 불면증(32%), 호흡곤란(15%), 비만도(15%) 등이 지목됐다.
수면 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폰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보조장치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수면 시간 부족 그룹의 49.5%, 수면 장애 그룹의 60.5%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가 이용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저조했다. 응답자의 64%가 수면 문제와 관련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전문의 상담 경험은 25%에 그쳐 글로벌 평균(50%)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혜윤 대한수면연구학회 홍보이사(가톨릭관동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수면 교육 및 인식 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전문가 상담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라며 “수면 부족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사회 모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수면 부족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경제에도 타격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비만과 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고, 6시간 이하로 수면할 시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48%, 뇌졸중 위험이 15% 높아진다. 기억력, 학습력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짜증, 불안, 우울이 증가해 기분장애가 나타난다.
또한 기업에서 수면 부족은 직원의 생산성을 50% 이상 저하하고, 병가 및 의료 개입으로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수면 부족으로 미국은 연간 4110억 달러(GDP의 2.28%), 일본은 연간 1380억 달러(GDP의 2.92%), 영국은 연간 500억 달러(GDP의 1.86%)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수면 관련 대표 질환인 수면무호흡증의 영향으로 연간 약 1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주은연 대한수면연구학회 부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료, 공공기관, 운송, 생산직 근무자 등 핵심 노동자와 교대근무자의 수면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라며 “기업의 수면 친화적 업무 환경 조성을 장려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술, 카페인, 빛 공해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등 건강한 수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경희대 의대 신경과 교수)은 “수면의 질 향상이 삶의 질 향상으로 직결된다”라며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하며, 특히 수면 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