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재벌 포함한 제재 해제 제안 마련
깨지는 대서양 동맹…“서방 단결 잃어”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국무부와 재무부에 완화할 수 있는 대러시아 제재 완화 목록 초안을 작성하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하는 것이 그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대표단과 향후 협상할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 신흥재벌을 포함한 특정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 해제 제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완화의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대러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 TV에서 “러시아가 앞으로 몇 주안에 협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경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러시아 제재에 대해 “언젠가는 완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에 더 협력적인 입장을 예고하는 듯한 정책 변경을 단행했다. NBC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미국 사이버 사령부에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인 사이버 작전과 정보 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초 러시아 집권층 자금을 추적 및 몰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클렙토캡처’를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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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구소련과 냉전 시대에서부터 이어진 미국의 전통적인 대러 외교 정책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것이라고 NBC뉴스는 짚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담해진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일반적으로 더 강경한 어조를 취했다.
러시아는 달라진 미국의 태도를 환영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식을 갖고 행동하는 실용주의자”라고 칭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오랜 대서양 동맹에는 균열이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집단 서방이 부분적으로 단결을 잃기 시작했음을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