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등 정치 현안보다 경제성장 주제로 대화
“서울시장 할 얘기 넘어섰다”에 오 시장 웃음 화답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경제 성장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잠재적 대권 후보로 평가받는 오 시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해 12‧3 계엄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자리에는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 이민경 서울시 기획수석이 함께 자리했다.
대화 주제는 정치 현안보다 경제 성장에 집중됐다. 이 전 대통령은 발간을 앞둔 오 시장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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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책 제목을 ‘다시 성장이다’라고 썼는데, 이 시점에서 잘 썼다”며 “제목을 잘 잡았다. 성장이 멈추다시피 한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성장하려면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임에도 규제가 너무 많다”며 “근데 정치는 디지털 시대가 아니라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이 갑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보니까 서울시장이 하는 얘기를 넘어서 했다”라고 말하자 오 시장은 “(제가) 주제넘게 그랬다”며 웃기도 했다.
이날 오전 오 시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서 규제개혁, 과감한 산업정책 등을 중심으로한 경제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경제성장) 구호를 KOGA(KOrea Growth Again, 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으로 재미있게 지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시대에 맞는 구호다. 가장 필요한 게 그것”이라며 “얼마 전 베트남에 방문해 관료들, 기업인들을 만나 베트남 경제 위상을 올리는 첫 번째 방법은 성장이고, 성장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결국 규제”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그래서 오늘 아침에 ’서비스 정신‘을 이야기 했다”며 “정부는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주요 임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걷어내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점에서 서비스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 시장과 이 전 대통령의 비공개 면담도 이어졌다. 비공개 면담에서는 정치 상황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 관해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외교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조속한 복귀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