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멕·중 관세 강행...캐나다·중국, 맞불 관세 발표

입력 2025-03-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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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농산물 관세 부과도 예고
나스닥 2%대 급락ㆍ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폭락세
캐나다, 30조 원 규모 미국산에 25% 보복 관세
중국, 10일부터 농축산물 등에 10~15% 관세
한국 가전·배터리 업계 악영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두 준비됐다. 내일(4일) 발효된다”며 “협상할 여지가 더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애초 지난달 3일 발효할 예정이었지만, 협상 여지가 생기면서 한 달 후인 이달 4일로 미룬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불법 약물이 여전히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에 쏟아지고 있다”면서 관세 발효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 추가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산에 대한 10% 추가 관세도 같은 날(4일)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취임 이후 새롭게 부과된 대중국 관세율은 총 20%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는 외국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위대한 농부들에게 전한다. 미국에서 판매될 많은 농산물을 만들 준비를 해라. 관세가 외국산에 적용될 것이다. 즐겨라!”고 전했다.

관세가 현실이 되자 자본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64% 급락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48%, 1.76%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0% 가까이 급락했고 리플과 솔라나가 약 20% 폭락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에 휘청거렸다.

캐나다와 중국은 곧장 미국에 맞불을 놓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가 4일 발효된다”면서 “21일 안에 125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제품에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는 미국 무역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추가 관세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15% 인상하고 제재 대상 미국 기업들을 추가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와 밀, 옥수수, 면화에 대해 15%,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산물, 수수·대두 등에는 10% 추가 관세를 각각 적용한다.

티콤과 텍스트오어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과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 일루미나는 중국 상무부의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됐다. 레이도스와 깁스앤드콕스 등 15개 미국 방산기업에 대해서는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한국 가전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폭탄으로 인해 비상에 걸렸다.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에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양사는 현재 여러 시나리오를 살피며 최선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있다. 당장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보다도 생산지를 조정하는 등 기존 공급망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케레타로 등 공장 2곳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레이노사, 몬테레이 등에서 TV, 냉장고, 전기 오븐 등을 생산한다. 그룹 계열사인 LG이노텍도 멕시코 산후안델리오에 모터, 센서, 카메라 모듈 등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멕시코 공장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을 포함한 북미, 남미 국가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비용이 크게 증가해 멕시코에서 제조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장기적으로는 점유율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멕시코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동남아 국가 등 기존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이라며 “알다시피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같은 제품을 다양한 곳에서 생산하는 ‘스윙 생산’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건설 단계라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대부분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공장 형태기 때문에 계약 물량 자체에 대한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10월 모듈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스텔란티스에 공급만 하면 되기 때문에 관세 영향은 스텔란티스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익 구조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7개의 생산공장을 보유 중이라 큰 영향은 없다”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도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완공 시점에 관세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짜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향 물량 조정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공장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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