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규제1-①] 거침없는 中 AI굴기...韓신산업은 '낡은 규제'에 제자리

입력 2025-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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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04 21: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생존 기로에 놓였다. 낡은 법이 새로운 산업을 옥죄면서 혁신에 실패한 탓이다. 서울시는 올초 ‘규제철폐’를 선포하고 100일 대장정에 올랐다. AI 시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민낯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딥러닝의 불씨를 지핀 것은 서구이지만, 불붙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열기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일 것이다.”

7년 전 리카이푸 전 구글차이나 CEO이자 시노베이션벤처스 회장은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 우위를 확신했다. 인재, 인프라 등은 미국에 뒤지지만, 진짜 승부를 가를 ‘실행’과 ‘데이터’ 측면에서 중국의 강점이 증폭될 수 있다고 봤다. 예측은 어긋나지 않았다. 미국이 주도한 디지털 문명에 올라탄 중국은 지난 10년 새 거대한 전환을 이뤄냈다.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이 창궐했고, 엄청난 데이터를 비축하면서 AI 시대 추진력을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각종 ‘규제’로‘AI 원유’인 데이터를 쏟아낼 신산업의 싹을 잘라왔다.

미국과 중국이 AI 시대를 주도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자리하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헬스케어, 공유경제, 핀테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끝없이 창출됐다. 중국 기업 디디추싱은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사업모델을 현지화한 후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내고 글로벌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실행’의 시대를 거치면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AI 기술 고도화의 연료가 됐다. 모바일 기반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온갖 데이터로 자율주행 운행을 최적화하는 식이다. 중국 스타트업 위라이드는 이런 방식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현재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무인 차량을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공개한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4족 로봇’도 ‘응용’과 ‘데이터’ 선순환의 결과물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 20년간 디지털 전환을 제일 열심히 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며 “디지털 문명을 사회표준으로 정해 놓고 혁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AI로 넘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거꾸로 갔다. 허용 대상을 법에 일일이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족쇄가 됐다. 가령 레저용 드론은 기존 ‘항공법’이 그대로 적용돼 비행 규제를 받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개인 간 차량 대여(P2P캬셰어링)도 50대 이상 차량을 보유해야 하는 ‘렌터카법’에 따라 불법화됐다. AI 기반 대출 심사 및 자동 투자 알고리즘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는 ‘금융법’ 때문에 운영이 불가능하다. 온라인으로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 주는 모빌리티 매칭 플랫폼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는 ‘의료법’과 ‘약사법’에 막혔다. 최성락 한국규제학회 상임이사는 “2, 3차 산업혁명기에 만든 법들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등장한 4차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조차 더디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신산업 규제개선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신산업(핀테크, AI, 드론, 자율주행) 분야 86개 규제 개선여부를 추적한 결과, 개선율은 2019년 이후 4년간 9.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IT와 의료를 융합한 바이오·헬스 분야가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에 가로막히는 등 중복규제도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포지티브 규제 장벽이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신산업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데이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서비스가 막히니 데이터 축적이 안 되고, AI도 가로막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의 잇단 반성문은 ‘대륙법’을 따라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유럽은 1995년 미국과 비슷했던 GDP가 2022년 기준 30% 이상 격차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 “디지털 문명 전환기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산업 보호로 대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2월 ‘AI 정상회의’에서 “혁신 전에 규제부터 한다면 어떤 혁신도 이룰 수 없다”며 “미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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