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규제1-②]‘AI 원유’ 데이터 경쟁 치열한데...'개인정보보호법'에 막힌 한국

입력 2025-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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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에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에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경쟁을 좌우하는 건 ‘데이터’다. 중국은 10억 명에 달하는 디지털 신인류와 전국에 설치된 6억 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를 무기로 세계 최대 디지털 데이터 생산국이 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은 7.6제타바이트(ZB) 데이터를 생산하며 미국(6.9ZB)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신산업 규제로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있는’ 데이터도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엄격한 ‘사전동의(Opt-in)’ 방식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권리보호를 명분으로 사전규제를 강조한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따랐다. 신종섭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이용 투명성을 높이는 게 제도 취지이지만 현실에서는 형식적인 동의 절차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활용’에 방점을 둔다. 미국은 연방차원의 일반법은 존재하지 않고, 금융·의료·교육 등 분야별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한 법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프라이버시 보호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사후책임(Opt-out)’ 기조를 유지하며 개인정보보호를 기업과 시장규율에 맡겨뒀다. 중국은 데이터 통제가 강력한데, 개인정보보호 차원보다는 국가에 수집·활용 권한을 부여하는 수단에 가깝다.

한국도 데이터 활용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정보’를 도입했지만,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가명정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처리한 것으로, 이 경우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가명정보라고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익명 처리를 해놔서 데이터 가치가 뚝 떨어진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가명정보 처리기준을 명확하게 해놓지 않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로서 가치가 있고 처리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도한 법해석도 문제라는 평가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이후 개인정보의 정의는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 식별이 되거나 식별될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보위는 식별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차량번호’조차 개인정보로 의결하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특히 의료·금융 등 빅데이터 활용 가치가 큰 분야에서 데이터 수집·활용이 어려운 건 한국의 AI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구 부의장은 “‘부실한’ 데이터 탓에 의료 AI 개발을 못하고 있다”며 “로봇의 시대인데 조만간 등장할 휴머노이드 탑재 경쟁에서 한국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데이터 거래 수준도 낮다. 황민영 셀렉트스타 부대표는 “민간이 운영하는 거래소의 데이터를 보면 수요 기업이 원하는 데이터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가공하고 융합해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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