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시가 개최한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자문회의’에 참석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표준이 바뀌었는데 혁신에 도전하게 만들기보다는 각종 규제로 그동안 만들어 놓은 것만 지켜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변화 속도에 맞춰 서울시가 AI 혁신 상징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중국이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할 때 우리는 플랫폼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과도하게 규제를 걸었다”며 “유럽을 벤치마킹한 건데 지금 유럽의 현실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이 디지털 전환기에 규제 일변도로 나왔는데 아날로그적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랬더니 디지털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의 70%가 미국으로 가서 성공했죠. 세계 20대 기업 중 유럽이 하나도 없자나요. 그렇다고 유럽이 스마트폰 안 쓰나요. 유럽엔 플랫폼이 없으니 미국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요. 지금 와서 데이터 주권도 없어진 거예요.”
최 교수는 “세계 15위 중국 텐센트가 초기에 카카오와 네이버에 투자를 많이 했었다”며 “우리 기술력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골목상권 침해하고 문어발식 확장한다고 규제하는 동안 텐센트는 그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위챗 바탕으로 계열사를 350개 만들었어요. 최근에 텐센트가 내놓은 AI가 퀄리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20년간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이에요. 딥시크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우버 얘기를 꺼낸 최 교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혁신을 도모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다 놓쳤다”면서 “그러다 보니 혁신적인 회사는 없어지고 택시회사만 살아남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의사, 약사 등 이익집단이 신산업에 격렬히 저항하는 것을 두고는 “구한 말 기득권이 절대 양보 안 하다가 나중에 봇물 터져서 망하듯 그런 날이 올 수 있다”고 쓴소리 했다.
최근 화두가 된 지방분권형 개헌에는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며 “그래야 미래 세대도 숨 쉴 공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인류 문명에는 표준적인 세계관이 있다”고 했다. “하루 우버와 택시 이용객 수를 데이터로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우버가 많아요. 이걸 디지털 문명이 표준이라고 하는 거고 세계관인 거예요. 우버 불법, 에어비앤비 불법, 암호화폐 발행 금지, 개인정보보호 등은 전 세계 표준 세계관이랑 안 맞아요. 이상한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