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4일 개장했다. 한국거래소(KRX)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증권거래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시장 혁신에 필요 이상 시간이 걸린 감도 없지 않다.
ATS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보완하는 거래소다. 투자자 입장에선 다양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와 동시 운영하는 정규 거래시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운영한다. 하루 주식거래 시간은 종전 5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난다. 매매체결 수수료는 한국거래소(0.0027%)보다 20~40% 낮게 책정됐다.
거래시간 연장과 비용 감소, 새 호가 방식은 투자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 기업 공시나 글로벌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시장 지연과 충격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 고객이 주문을 내면 증권사는 고객에게 유리한 거래소로 주문을 전송한다.
ATS는 금융 선진국에선 이미 활발히 운영되는 제도다. 미국은 전미상장주식(NMS)을 거래하는 31개 ATS와 24개 정규 거래소가 경쟁을 벌인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가 직접 매매자를 연결하는 다크풀(장외 익명 거래시장) 등까지 가세한 개방적 시장 구조다. 유럽 역시 각각 100개 이상의 정규·대체거래소가 지분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호주는 ATS가 1개지만 시장점유율은 20%에 이른다. 일본은 3개사가 12%를 차지한다. 정규 거래소와 ATS 경계도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다.
새 거래 시스템이 국내 토양에 뿌리를 잘 내려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회의론도 없지 않다. 거래시간은 늘고 비용은 주는 ATS 특성이 오남용되면 투기적 거래를 부추기는 비생산적 창구가 될 수도 있다. 거래소 가격 차이를 악용한 초단타매매 급증과 시세 조정 가능성도 경계할 대목이다. 시장 분할로 안전성과 투명성이 떨어지고, 유동성 분산 등 시장 혼란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식 거래시간 연장의 실효성이 있을지도 두고 볼 일이다.
향후 성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결국 편익이 비용을 압도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집약된다. 주식 투자 편익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래시간·비용만 믿을 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 경쟁력이 중시돼야 한다. ATS는 제도권 밖의 특화 상품을 팔지 않기에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 자체 상장지수펀드(ETF) 등 새로운 금융상품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 주문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새 제도가 큰 부작용 없이 자리잡으면 장기 독점으로 비대해진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국내 시장을 긍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연못의 고인 물을 바꾸는 메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ATS 앞날을 좌우할 NXT가 이름은 낯설고 덩치는 작아도 신뢰성과 안정성에선 기존 거래소에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줘야 새 증시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분발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