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소한 행복 담아 전 세대 지지
씨네큐브 25주년, 예술영화 가치 지속적으로 조명

최근 영화시장에서 일본영화의 강세도 주목된다. 특히 2023년부터 ‘스즈메의 문단속’,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괴물’,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개봉 일본영화는 전년 대비 75.7%(1358억 원) 증가한 179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관객수도 1766만 명으로 전년 대비 75.2%(1327만 명) 증가했다. 일본영화 매출액·관객수로는 국적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2024년에도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시야마 키요타카의 '룩백', 소마이 신지의 '태풍클럽' 등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미야케 쇼의 '새벽의 모든'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초 재개봉한 '러브레터' 역시 한 달만에 누적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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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일본영화(애니메이션 제외)는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였다. 도쿄 시부야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누적관객수 14만 명을 모았다. 이 영화로 야쿠쇼 코지는 제76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퍼펙트 데이즈'는 영화배급사 티캐스트가 수입한 작품이다. 티캐스트 소속 박지예 씨네큐브 팀장은 "영화를 2023년 칸영화제에서 처음 봤다. 한국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아주 많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누구나 공감할 일상에 대한 통찰, 야쿠쇼 코지의 인상적인 연기, 귀에 익숙한 올드팝들, 코모레비(こもれび,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등의 요소들 덕분에 누구나 SNS에 감상을 올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영화라는 점이 수입 결정에 있어서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히라야마가 청소하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こもれび)이 히라야마의 시점으로 포착되는데, 이 같은 이미지들이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증폭한다.
또 히라야마의 취미인 음악 감상과 독서, 화분 가꾸기와 사진 찍기 장면들은 이른바 '도파민 중독' 등 고자극에 시달린 관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열심히 해석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행복에 공감하게 만드는 영화"라며 "카세트테이프, 올드팝 등의 요소들을 사용해 노스텔지어 열풍을 견인하며 MZ세대와 기성세대를 동시에 사로잡은 것도 흥행의 한 요소"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20대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다. 개봉한 지 8개월이 다 돼가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상영하고 있다.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한 수치적 흥행을 넘어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 등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요작들을 수입‧배급하면서 예술영화 시장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박 팀장은 "지난 25년간 씨네큐브는 예술영화 시장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앞으로도 인간과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 삶과 죽음, 사랑, 가족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새롭고 개성 있고 영화적 가치가 높은 영화를 계속 수입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