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법원 판단이 변수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고려아연 인수전에 변수가 생겼다. MBK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제기되면서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에서다. 홈플러스처럼 거액의 차입금을 투입한 만큼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직접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경영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MBK는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온 최윤범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MBK가 자금 회수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축소하거나, 일부 설비를 매각하며 인력 감축까지 단행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금 상향 등을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특히 인듐과 안티몬 등 일부 희귀 금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며 “MBK의 경영 방식이 적용될 경우 단기적인 재무 개선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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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에서 보여준 경영 방식은 대규모 차입 후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인데, 이런 접근법이 고려아연처럼 기술 기반의 기업에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경영권을 확보한다 해도 R&D 축소나 설비 매각 같은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할 법원의 판단이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전망이다. 현재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이 MBK·영풍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시주총 결과를 무효로 판단할 경우, 이달 말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