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3%↑…3000억 돌파 3년 만에 4000억 눈앞
올 2월 단독 대표로 추대…13년 만에 ‘1인 대표’ 체제 복귀
그룹별 독자성 부여…“역동적 조직문화로 일류 로펌 도약”
강석훈(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유한) 율촌’ 대표 변호사는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파르나스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세대교체를 통해 한층 젊어진 율촌은 유연해진 법률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연매출 4000억 원’이란 뚜렷한 목표를 향해 의욕적으로 뛰고자 율촌은 젊어졌다. 최근 경영 담당 대표로 손도일(연수원 25기) 변호사와 염용표(28기) 변호사를 선출한 데 이어 그룹 대표 대부분을 1970년대생으로 배치했다.
그동안 부문장으로 부르던 명칭을 ‘그룹 대표’로 승격해 권위와 책임·자율성을 강화했다. 조세를 비롯해 △송무(訟務) △기업법무 및 금융 △공정거래 △부동산건설 △지식재산권(IP) & 테크(Tech) △노동 등 각 그룹별로 독자성을 대폭 부여했다.
특히 2012년부터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해온 율촌은 13년 만에 ‘1인 대표 변호사’ 경영체제로 복귀하면서, 강 대표 변호사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일부터 3년간 새 임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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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 변호사는 “후발 주자인 율촌은 한발 앞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는 ‘퍼스트 프런티어 정신’이 확고하다”면서 “경제‧산업 흐름을 읽고 혁신 영역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꾸준히 단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소통‧협력 기반 양질의 성장 추구
법무법인(유) 율촌은 지난해 매출 3709억 원(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율촌은 1997년 창립 이래 역성장 없이 매년 10~12% 안팎에 달하는 성장률로 고성장해 왔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13% 증가, 이 추세라면 올 한해 매출 4000억 원 선 돌파가 확실시된다.
율촌은 2022년 연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한 이후 △2023년 3285억 원 △2024년 3709억 원을 거두며 3년 만에 40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강 대표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지난해 2월 때만 해도 ‘3000억 원대 박스 권에 갇혀 수년째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 성장성에 한계가 온 게 아닌지… 신(新)성장 동력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과 정반대다.
강 대표 변호사는 “창업 세대로부터 이어진 도전과 협업 정신이 지금 율촌을 명실상부한 4대 로펌으로 급성장시켰다”면서 “여기에 자율과 신뢰를 성장 동력 삼아 ‘실력 있는 로펌’ ‘건실한 로펌’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저희는 ‘일류 로펌 율촌’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단독 대표’ 임기 개시 첫 달을 맞아 이뤄진 인터뷰 내내 강 대표 변호사는 “소통과 협력 그리고 조화가 율촌 식(式) 성장 비법”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율촌은 협업과 효율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활용해 고객들이 원하는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주요 로펌 평균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고객 니즈 맞춤 공격적 스카우트
산업별 전문팀‧그룹 간 협업 강화
성장 전략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역시 인재 영입이다.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전문가들이 사안별로 모여 자유로운 팀을 구성해 창의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고객 니즈에 최적화한 종합 법률 자문서비스를 지향한다는 게 핵심이다.
강 대표 변호사는 “각 그룹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언제든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협력하도록 ‘산업 전문팀’을 신설해 조직 쇄신할 것”이라며 “헬스케어나 정보통신 등 종전에 운영해온 산업 전문팀을 활성화해 중점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라고 소개했다.
법조계 선두를 차지한 중대재해 센터를 필두로 △트럼프 2.0 대응센터 △인공지능 TF △우주항공 TF 등 신산업 TF를 적극 발족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에 발맞춰 미(美) 로펌 및 로비스트 회사와 제휴를 통해 해외 입법지원 업무를 확장할 예정이다.
금융 부문에선 책무구조도 도입을 기점으로 ‘내부통제 컨설팅센터’를 출범시켜 내부 통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자문을 계속해 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책무구조도 도입 등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이 컨소시엄 형태로 수행해온 업무를 단독으로 맡게 됐다.
강 대표 변호사는 “율촌은 인공지능(AI)을 통한 법률 혁신을 주도하는 로펌이 될 것”이라며 “설립 후 28년 동안 내부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사내 업무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자체 개발 중에 있다”라고 공개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AI 리걸테크는 물론 법률정보 서비스 영역을 잠식해 오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생성형 AI 태스크포스’를 설치한 율촌은 AI 기술을 사내 지식관리 데이터(KM‧Knowledge Management)에 결합해 법률 데이터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강 대표 변호사는 “이런 구상은 가치 성장으로 집약된다”며 “율촌은 ‘정도’와 경제상 이익이 충돌할 경우 ‘정도’를 더욱 중시하면서 급성장해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율촌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실제 율촌은 지난해 초 가치 성장을 비전에 추가하고 ‘가치성장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는 “외형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실현하는 조직으로 바꿔야 도전적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가치 성장을 비전으로 율촌을 급변하는 법률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최종 경영 목표”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1986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0년 사법연수원 제19기 수료 △1998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LL.M.) 수료 △1990~2006년 서울지방법원‧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2007년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2019년~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대표 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