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등 건기식 판매 채널 확대…약사들 “약국 신뢰도 하락 우려”

입력 2025-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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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0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일양약품 결국 철수…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소비자 선택권 존중해야”

▲다이소에서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일양약품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다이소에서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일양약품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지난달부터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건기식’ 출시를 검토하는 등 건기식 판매 채널이 지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약사들은 약국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200여 개 다이소 매장에서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의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종합비타민, 밀크씨슬, 루테인, 오메가3, 칼슘, 마그네슘 등 기존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과 성분도 유사하다.

다이소 판매 건기식은 3000~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던 건기식 제품이 대체로 ‘고함량 다기능’이었다면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은 단일 기능과 소포장을 통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소용량 건기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약국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그간 약사들이 ‘폭리’를 취했던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달 11일 취임하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일양약품과 대웅제약, 종근당건강을 지난달 26일과 27일 연이어 방문해 약사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 건기식 공급 제약사의 일반의약품을 반품하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대한약사회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건기식 유통 정책을 즉시 폐기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약사회는 지난달 27일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생활용품점 유통 건기식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오인하고 있어, 약국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사회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이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소비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판매되고 있어 단순히 판매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소비자의 올바른 건기식 선택과 상담을 저해하는 일부 제약사의 마케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일부 제약사가 약국에 건기식을 공급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의심됨에 따라 약국 공급가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양약품은 출시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다이소 철수를 결정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다이소에서 건기식 판매) 철수가 결정됐다. 별도의 입장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약사들의 입김으로 인한 철수라고 생각된다.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오다 보니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약국에서의 매출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아직 별도의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 약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실제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 6조 원 중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면서 “성분과 함량을 비교해보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함량이나 성분, 원산지의 차이를 비교해 봐야 한다. 지나치게 용량을 줄이다 보니 약국 건기식 1알만 먹어도 되는데, 다이소 제품의 경우 10알을 먹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라면을 동네 분식집에서 싸게 먹을지, 호텔에서 비싸게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 건기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번에 건기식 판매 채널 확대는 기존 건기식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면서 “약사회가 제약사를 압박하는 행위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건기식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건기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한 건기식 기준과 규격에만 맞추면 되는데 사후 검사를 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수거해 유통되는 건기식을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건기식 섭취가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번 기회 삼아 건기식을 재점검해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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