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통제 가능해 사용액도 늘어
한도·혜택 축소된 신용카드는 감소

고물가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체크카드 발급과 이용액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감소했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가 발급한 체크카드는 2억4947만 장으로 전년 동기(2억4538만장) 대비 409만 장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크카드 이용금액은 108조6240억 원에서 111조153억 원으로 2조3775억 원 늘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지출 관리 심리가 커져 체크카드 사용이 증가한다.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적고 할부 기능이 없어 불편하지만 계좌 잔액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소비를 통제할 수 있어서다.
체크카드 신규 발급은 2022년 이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분기별로 △1분기 6152만5000장 △2분기 6236만9000장 △3분기 6269만5000장 △4분기 6288만1000장 등이 발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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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액도 증가했다. 올해 1월 체크카드 승인액은 20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조9000억 원) 대비 1조 원 증가했다. 승인 건수는 8억1000만 건에서 8억4000만 건으로 3000만 건 늘었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2조4796억 원으로 전월(2조6584억 원) 대비 감소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일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든 것이다.
가계 빚 증가도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한다. 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전월 대비 3437억 원 증가한 42조7309억 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 말(42조5453억 원)보다 1856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체크카드의 할인·적립 혜택이 커지면서 사용량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캐시백과 마일리지 등 신용카드에서만 받을 수 있던 혜택을 체크카드도 일부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말정산 때 체크카드 소득공제율(30%)이 신용카드(15%)보다 높다는 장점도 있다.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강화되고 이용한도가 축소된 것도 영향을 미친다. 연체율 증가로 카드사들이 기존 고객의 신용카드 한도를 하향 조정하자 사용하기 어려워진 카드는 휴면카드도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발급받은 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휴면 신용카드는 지난해 6047만3000장으로 전년 동기(5287만8000장) 대비 759만5000장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 부담이 없고 리볼빙 등 무분별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액결제 위주의 체크카드 발급량과 이용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