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건설 노동 사망자 1211명, 살릴 수 없었나

입력 2025-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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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교량 연결 공사 중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인부 10명이 50m 높이의 구조물 아래로 추락했다. 총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잊을만 하면 사망사고다. 건설업계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도입됐지만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 특성상 사망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이해는 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 수칙을 여러 차례 강조해도 이를 어기는 작업자가 나오기 마련이고, 건설 현장의 사고는 곧 사망으로 이어져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사망사고를 줄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사고방식과, 똑같은 재발 방지책 만으론 사고를 뿌리 뽑기 어렵다. 한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건설 재해 사망자는 총 1211명으로 집계됐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242명, 이틀에 3명꼴로 노동자가 건설 노동 중 사망한 셈이다.

건설 노동 현장의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회사와 노동자의 자율에 맡기는 안전 체계가 더는 효과가 없다면 공사 현장 운영 체계를 전면 혁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안전속도 5030’은 시내 운전 최고 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해 보행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제도 시행 후 6개월 만에 속도 제한 지역 내 보행 사망자는 전년 대비 12.9% 줄었다고 한다.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나 회사 측의 안전 불감증, 공사 기간에 쫓긴 무리한 공사에 따른 부실 사례가 많다. 지난 5년간 사망사고 원인 중 추락 사고가 622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추락 위험이 큰 곳은 ‘안전난간 미설치’와 ‘근로자 보호구 착용 불량’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경우 현장 시스템을 노동자가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현장 출입 후 해제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면 된다. 또 회사는 안전난간 미설치 시 공사 중단 등의 페널티를 받도록 의무화하면 된다.

아울러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시공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공사 기간 산정 체계를 보수적으로 계산하도록 허용하고, 발주처가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정부도 건설현장 안전 챙기기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달 건설 현장 추락 사망사고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안전 강화 업체에는 가산점을 주고, 2023년 4분기부터 중단한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공개도 재개할 계획이다. 모든 정책과 업계의 경각심 어린 대처가 효과를 발휘해 모든 건설 현장 노동자가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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