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기업 31% “전년에 비해 자금 사정 악화”
건설(50.0%)·철강(45.5%) 업종에선 2곳 중 1곳꼴
자금 수요는 확대…자금 조달 여건 악화 전망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지난해보다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운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기업 및 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31.0%로, 호전됐다고 응답한 비율(11.0%)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건설·토목(50.0%) △금속(철강 등·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높았다. 한경협은 이들 업종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환율 상승(24.3%)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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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기업 36.0%는 올해 자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11.0%에 그쳤으며, 기업 53.0%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수요가 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9.7%) △설비투자(21.3%) △차입금 상환(14.3%) △인건비·관리비(14.0%)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했지만 여전히 기업 5곳 중 1곳(20.0%)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으로는 △2.5%(14.0%) △2.25%(4.0%) △2.00%(2.0%)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1500원에 근접(1495.8원, 응답 기업 평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1475원~1500원 구간을 예상하는 응답(28%)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1500원~1525원(24%), 1450원~1475원(23.0%) 순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34.3%)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5.7%) △정책금융 지원 확대(15.3%) △원자재·소재·부품 수급 안정화(12.3%)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철강,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여 기업들의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고 정책금융·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금융·세제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