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시장 잡아먹은 넷플릭스, 일일 예능으로 K-예능 시장까지 접수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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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많이들 보시죠?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본격 진출을 선언하고 그다음 해인 2017년부터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이후 넷플릭스가 K-드라마 시장의 큰손이 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7년 이후 ‘미스터 선샤인’, ‘아스달 연대기’, ‘킹덤’ 등 수백억 원이 들어간 드라마들이 제작됐는데요. 대부분은 넷플릭스가 투자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에 “이제 한국 드라마 시장은 넷플릭스 없이 더는 대작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2021년 9월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등장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착화됐어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대비 ‘가성비’가 좋은 K-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렸고, 이에 이른바 S급 연예인들은 지상파나 tvN 같은 케이블 드라마보다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됐습니다.

K-드라마에서 성공을 맛본 넷플릭스는 다음 목표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K-예능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괜찮은 성과를 올렸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K-드라마 성공 문법으로 K-예능서 절반의 성공 거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K-드라마 제작의 성공 문법을 K-예능에도 그대로 접목했어요. 예능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며 시즌당 8~12회 분량에 제작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기획 예능들을 속속 선보인 거죠.

성과도 있었어요. ‘솔로지옥’ 시리즈를 비롯해 ‘피지컬:100’,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좀비 버스’ 등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특히 솔로지옥 시즌2에 출연했던 ‘덱스’의 성공,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셰프들의 유명세는 넷플릭스 예능이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정착했다는 근거가 됐죠.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이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시장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웃기면 장땡’인 예능은 드라마처럼 단순히 유명 연예인과 ‘규모’를 통한 승부만으론 시청자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넷플릭스가 큰 제작비를 들인 대작 예능을 속속 선보이는 중에도 방송국이나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예능들 역시 계속해서 존재감을 뿜어냈습니다.

‘기안84’라는 스타를 만들어냈던 MBC의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금요일 심야 시간대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SBS의 ‘미운 오리 새끼’, ‘런닝맨’ 역시 화제성을 꾸준히 가져가고 있죠.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 역시 어떤 게스트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일부 편차가 있지만, 꾸준히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도 예능인과 코미디언들의 활약이 이어지며 예능 파이를 나눠 먹고 있습니다. 유재석을 메인으로하는 웹 예능 ‘핑계고’를 시작으로 박명수의 유튜브 채널 ‘할명수’, 성시경, 신동엽 등 이미 TV 예능에서 활약하던 예능인들은 물론 다수의 코미디언도 유튜브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요.

넷플릭스가 그동안 선보인 대규모 제작비를 내세운 시즌제 예능은 몇 주간 화제가 되긴 해도, 이후에는 다른 플랫폼의 예능 프로그램들에 다시 화제성을 내주는 현상이 반복된 겁니다. 지금까지의 넷플릭스의 행보가 절반의 성공이 된 셈이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구독자 이탈 막기 위해 일일 예능으로 영역 넓히기 나선 넷플릭스

시즌제 예능만을 고집했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일일 예능 론칭으로 K-예능 생태계 영향력 확대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주관식당’,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동미새:동호회에 미친 새내기’, ‘추라이 추라이’, ‘미친맛집:미식가 친구의 맛집’ 등 새 예능 프로그램 5편을 론칭했어요. 기존 넷플릭스 예능처럼 대규모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1회 시청 시간은 30분 내외로 크게 줄였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신규 구독자를 1890만 명 확보하며 구독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했어요. 신규 구독자 급증은 ‘오징어 게임2’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평가됩니다. 가장 흥행한 시리즈의 후속작인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구독자 증가로 이어진 거죠.

고무적인 성과이긴 하지만, 왕좌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신규 시청자를 모은 건 좋았지만, 화제작이 등장했을 때 전편을 빠르게 시청한 후 금방 해지를 반복하는 일반 시청자들도 많다는 점은 넷플릭스가 고질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돼왔어요.

결국, 넷플릭스의 일일 예능 투자 행보는 구독층 이탈에 대한 대책입니다. 영상물 시청자들이 유튜브나 방송국 등 다른 플랫폼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구독자 이탈을 막겠다는 거죠.

넷플릭스의 예능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스타 PD인 나영석과의 협업을 통해 올 하반기 오리지널 예능을 내놓기로 했죠. 유기환 넷플릭스 논픽션 부문 디렉터는 “나 PD가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믿고 보는 연출자인 나 PD가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기대된다”고 밝혔어요.

일일 예능은 물론 시즌제 예능도 계속됩니다. ‘솔로지옥’의 새 시즌, ‘흑백요리사2’ 등 이미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의 후속작도 속속 선보일 계획이에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K-예능마저 넷플릭스에 잠식될까

넷플릭스의 예능 제작 투자 강화 기조에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예능마저 넷플릭스에 잠식당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넷플릭스 없이는 촬영 시작조차 힘들어진 드라마 제작환경처럼 예능 제작환경마저 넷플릭스에 의존적인 상황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거죠.

넷플릭스발 인력 흡수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가 차린 예능 제작사 ‘테오’는 지금까지 지상파와의 협력을 통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차츰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협업을 늘려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가 선보인 신규 예능들은 초반이긴 하지만 국내 넷플릭스 순위 '톱10'에 여럿 들어가는 등 순항하고 있어요. 투자 강화 기조에 결과까지 더해진다면 넷플릭스의 투자는 한층 거세질 전망입니다.

결국, 일정 부분 이상 예능 제작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방송국이 얼마나 적응하는지가 K-예능 시장에서 넷플릭스 일방독주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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