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법과 현실의 괴리…양계장 화재 문제와 해결책은

입력 2025-03-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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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조한 날씨 탓에 양계장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계장 화재는 농가에 큰 재산 피해를 주고, 수만 마리 닭이 폐사하는 비극을 낳습니다. 반복되는 양계장 화재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김숙정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 안성시 한 양계장에서 닭이 물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 안성시 한 양계장에서 닭이 물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전국에서 10여 건의 대형 양계장 화재가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인 데다 용접을 비롯해 작업이 많은 축사 시설은 특히 화재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양계장 화재가 발생한 경우 고의로 불을 지르지 않는 이상 형사법적으로 ‘업무상 실화죄’가 적용된다. 형법 제171조에 따라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화재를 일으킨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법적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양계장에서는 의사소통 문제로 모든 안전 상황을 방지하기가 어렵고, 현실적으로 전문 용접자격이 있는 기술자를 찾기도 힘들다고 한다.

양계장은 온도에 민감한 닭을 대규모로 사육하기 위해 스티로폼 내장재가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과 PVC 타폴린 소재의 윈치 커튼을 쓴다. 이 자재들은 화재에 극도로 취약하기에 일단 불이 나면 순식간에 전소된다.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재발화 가능성까지 크다.

양계장 화재의 실제 사례를 보면 발생 후 단 10분 만에 여러 동이 전소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진화 작업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일 때도 있다고 한다.

이에 화재 발생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작업자의 과실,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갖춘 시설의 책임이 법적 쟁점으로 나뉘기도 한다. 한 판결에서는 계사 주인이 용접작업에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고, 필요한 도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봐 피해자의 과실도 피고인의 과실 못지않게 크다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형사책임과 별개로 양계장 화재는 민법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도 이어진다. 사실 양계장 대부분은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어 상당 부분의 피해가 보험금으로 보전된다. 보험금 수령이 화재 발생 책임자의 민사 책임을 면하진 않지만, 손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된 사정은 재판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요구되기에 원인불명 화재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상당한 개연성’이라는 기준이 적용돼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

김숙정 변호사는 “양계장 화재는 결국 구조적 취약성과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며 “화재 책임자에게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계장 설계 단계부터 화재에 강한 자재를 사용하고, 작업자에게 적절한 안전교육을 제공하며 첨단 소방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농가만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움]

김숙정 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동인 영장 포렌식팀에서 대형사고 현장조사 및 초동수사 대응, 압수수색 및 구속 등 강제수사 대응 등을 담당하고 있고,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실화 등 사건, 다수의 양계장 화재 민형사사건 송무,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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