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금해서 보러 왔다가 몇 개 집었어요.”
서울 강남구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둘러보는 손님에게 구매 의사를 묻자, 비타민C, 글루타치온, 루테인 등이 담긴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구매할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매장에서 제품과 가격을 직접 확인하니 부담 없이 지갑을 열게 됐다.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의 가격은 모두 합쳐도 1만3000원이었다.
본지는 최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 중인 다이소 매장을 둘러보고 소비자 반응을 들었다. 저렴한 가격 탓에 함량과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종근당’, ‘대웅제약’, ‘일양약품’ 등의 국내 유명 제약사의 로고 덕에 신뢰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장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마련된 건강기능식품 매대는 대부분 제품이 품절돼 텅 비어있었다.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제품은 대웅제약이 26개로 가장 많고, 일양약품이 9개, 종근당건강이 2개다. 매대는 제약사들의 로고가 두드러지는 홍보물로 꾸며졌다.
제품에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과 주요 성분이 두드러지는 문구가 적혀있다. 루테인에는 ‘눈 건강을 위한다면?’, 엠에스엠(MSM)에는 ‘관절 마디가 불편하다면?’, 코엔자임큐텐에는 ‘높은 혈압이 걱정이라면?’ 등의 문장이 눈에 띄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었다. 다이소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 역시 매대와 포장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진열된 제품을 충분히 둘러보고,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매대의 매력이다. 엠에스엠을 집어 든 한 손님은 “약국에서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도 모른 채 약사가 건네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라며 “가격을 물어보기 민망해서 그냥 구매했다가 나중에 결제하고 보니 너무 비싸서 놀란 적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대에 펼쳐놓고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어 편하다”라고 말했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경계심을 유발하는 역효과도 관찰됐다. 다이소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1개월분으로, 가격은 3000원 또는 5000원이다. 그동안 약국이나 인터넷몰에서 책정하는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30일분 루테인은 3000원으로, 대웅제약의 인기 제품 중 하나인 ‘닥터베어 루테인’ 30일분의 인터넷 최저가 1만4350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두 제품의 루테인 함량은 20mg으로 동일하다.
건강기능식품 매대를 구경하는 한 손님은 “과잣값이나 다를 게 없는데, 이렇게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똑같은 성분에 함량도 같다면 원산지나, 퀄리티가 다른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제품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가족들에게 먹일 목적이라면 약국에서 비싸고 좋은 제품을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품에 대한 완전한 확신 없이도 경험 삼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소 건강기능식품의 최대 강점이다. 워낙 가격이 저렴해, 실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효과가 없거나 몸에 맞지 않아 섭취를 중단해도 매몰비용은 최대 5000원에 불과하다. 이날 건강기능식품 매대 앞은 경계심 반, 호기심 반으로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을 고른 한 손님은 “약국에서 사거나 해외 직구한 건강기능식품은 보통 4~5만 원이고 3~6개월분으로 포장돼 있어서 끝까지 먹지 않고 남기면 돈을 무의미하게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저렴한 가격에 시험용으로 한 달 먹어보고, 괜찮으면 다이소 제품을 꾸준히 먹거나, 더 좋은 제품을 찾아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