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업에서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한 수주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사업 경기 악화와 공사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 방어가 급한 건설업계가 사업성이 확실한 곳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어서다. 매력적인 사업지도 군침만 흘리다 경쟁을 피해 돌아서는 모습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4일 진행된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은 GS건설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조합이 다수 건설사의 제안을 받기 위해 지난해 9월 입찰 이후 공사비를 올려 공고를 냈지만 수주전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880만 원에서 920만 원으로 인상했다. 총 공사비는 1조6198억 원에서 1조6934억 원으로 높아졌다.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은 마이스(MICE) 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잠실종합운동장 바로 앞에 있는 1800여 가구 단지를 지하 4층~지상 49층 2860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사업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GS건설 이외에 다른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삼성물산의 입찰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였다.
삼성물산이 올해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데다 실제로 관심도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2015년 서초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패배로 상한 자존심 회복도 삼성물산의 참전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로 거론됐다.
당시 삼성물산은 GS건설보다 낮은 공사비와 인근 시공권 확보 경험을 앞세웠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삼성물산은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20년 신반포 15차 시공권을 따내면서 돌아왔다.
삼성물산이 잠실 우성 1·2·3차 입찰 참여를 검토했지만 결국 발을 들이지 않은 것은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초부터 확보한 수주가 많은 데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등 다른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권을 따내지 못하면 수주전에 투입한 비용은 고스란히 날리는 것이라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확실한 이득이 없다면 들어가기 힘들다"며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잠실 우성 1·2·3차뿐 아니라 대부분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정비사업에서 가장 앞장 서 있는 삼성물산은 대림가락 재건축과 송파 한양3차 재건축, 신반포4차 재건축, 방화6구역 재건축 등을 수의계약으로 따냈거나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GS건설은 봉천 14구역 재개발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고 송파 가락1차현대아파트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1차 시공사 선정이 유찰돼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신당10구역 재개발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수주전이 벌어진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대결한 한남4구역 재개발,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경쟁한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등 두 곳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주택시장 상황 등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고 출혈이 발생할 경쟁을 피하는 경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