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갈수록 격화하는 와중에도 3년 연속 같은 목표치를 제시하며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경기 부양 의지를 동시에 나타냈다.
리 총리는“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장기 경제 성장의 기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배는 계속해서 파도를 가르며 미래를 향해 꾸준히 항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인대에서 이뤄지는 리 총리의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는 중국 경제의 한해 목표와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가 담긴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내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로 설정했다. 이는 1994년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세금 개편을 시행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 내수 촉진을 위해 재정적자 확대를 허용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5000억 위안(약 100조 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해 대형 국유은행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정책은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히 완화적인’ 정책을 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실업률 목표는 ‘5.5% 안팎’으로, 도시 신규 고용 목표는 1200만 명 이상으로 설정했다. 모두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의 목표 설정이다.
반면 물가상승률 상한 목표치는 3%에서 2%대로 하향 조정했다. 20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치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수요 둔화를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늘려 4년 연속 국방 예산 증액 규모를 7%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리 총리는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모든 형태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날 리 총리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날 중국 정부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밀 등에 최대 15% 관세를 10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