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주도권 두고 격돌
전기차부터 로봇까지 배터리 생태계 확장

국내외 배터리 업체가 총출동해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인터배터리 2025’가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인터배터리 2025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 등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다.
올해 전시회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등 3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위기 타개 승부수가 될 기술력과 제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현장은 차세대 혁신 기술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10시 개장전부터 입장권을 발급해주는 무인기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고 늦은 오후까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찾아온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부터 학생,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산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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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붐빈 곳은 단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시관이었다.
특히 이들 3사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를 앞다퉈 공개하며 승부수를 건 모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 한가운데 46시리즈 배터리 3종을 내세웠다. 길이는 80㎜, 95㎜, 120㎜ 등으로 다양했다.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를 수상한 이 제품은 기존 2170(지름 21㎜·길이 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최소 5배 이상 높였고, 고효율의 ‘환기 방향 제어(Directional Venting)’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삼성SDI도 인터배터리 어워즈를 받은 50A(암페어)급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비롯해 46파이 배터리 4종을 전격 공개했다. 보편적인 라인업 외에도 46100(지름 46㎜·길이 100㎜) 제품을 선보였다.
이날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는 개막식 전 취재진과 만나 “46파이 배터리를 공급할 구체적인 고객을 확보해 샘플을 제출했고 양산을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SK온도 4680·4695·46120 원통형 배터리 실물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주행거리와 팩 사이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볼륨 모델에는 미드니켈을, 울트라 프리미엄 모델에는 하이니켈을 달리 적용하는 식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한국과 중국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인터배터리에 출전한 중국 비야디(BYD)와 이브이에너지(EVE)도 46파이 배터리 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원통형 폼팩터로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또 3사는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실물 차량과 로봇 등을 앞세우고 배터리 생태계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 양편에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3륜 차량과 포르쉐 타이칸 터보를,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 9를 전시하고 배터리 기술력을 설명했다.
삼성SDI는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 등을 선보였다.
미래 배터리 산업을 주도할 셀·소재 기술력도 대거 등장했다.
특히 LFP 배터리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까지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에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삼성SDI는 하이니켈과 LFP를 블렌딩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SK온은 하이니켈과 LFP의 중간 단계인 고전압 미드니켈 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LG화학은 고전압 미드니켈, 고밀도 LFP 양극재 제품을 선보였고, 포스코퓨처엠은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로 보급형 시장 공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