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산업 ‘50조 기금’…巨野도 적극 협조를

입력 2025-03-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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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오른쪽) 한국경제인협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경제인협회의 민생경제간담회에서 인사말 도중 “차였던 여친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하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크게 웃고 있다.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회장의 공식적 만남은 2015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연합뉴스
▲류진(오른쪽) 한국경제인협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경제인협회의 민생경제간담회에서 인사말 도중 “차였던 여친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하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크게 웃고 있다.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회장의 공식적 만남은 2015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연합뉴스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 ‘첨단전략산업기금’이 5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경제관계장관·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기금을 신설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 10개 첨단전략산업에 5년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새 기금은 기존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첨단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는 냉엄한 현실에 대응해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이다. 저리 대출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관행을 넘어 지분투자, 구매자 금융 등 종합적 금융 지원의 길을 열어둔 점도 눈길을 더한다.

기금은 한국산업은행에 신설된다. 재원은 정부 보증채를 기본으로 활용하되 산은도 자체 재원을 출연한다. 기존 반도체 프로그램(17조 원) 중 올해분은 예정대로 운영하고 남은 2년분은 기금으로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은행 참여를 끌어내면 최대 100조 원 규모로 종잣돈을 불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전략기술 보유 업종을 영위하는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팹’(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제조설비)처럼 대규모 공정설비를 신설하는 경우, 기업과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세우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청사진이 실현되려면 관문을 넘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다. 기금을 조성하고, 채권을 발행하려면 산업은행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산은의 법정 자본금이 한도까지 차 있어 정책금융 운영이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산은의 법정 자본금은 2014년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증액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묶여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정략적 이해타산에 밀려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회장의 공식적인 만남은 2015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10년 만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다”고 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한다면, 말로는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 하면서 행동으론 반기업·반시장 노선을 답습하는 이중적 행태를 더 반복해선 안 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한경협의 하소연을 새겨듣고 ‘성장 중시 노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금에 대한 적극 협조에서부터 새길을 찾아도 좋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다.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만남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한국 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진 데다, 수출 둔화 우려까지 겹친 역사적 변곡점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귀족노조 눈치나 보면서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를 가로막을 때가 아니다. 20일 회동에서 삼성전자 애로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기금 조성도, 규제 철폐도 한시가 급하다. 골든타임을 허비해 천추의 한을 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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