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지수 상승 시 설비투자 감소
“반도체법 등 기업 지원정책 등 필요”

국내 정치적 불안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최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지수가 6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365.14를 기록하며 6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4년 12월(107.76)과 비교하면 3.4배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00년대 이후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도 국내외의 특별한 사건 발생 시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비상계엄 선포 등 국내외 정치ㆍ경제적 상황의 급변함에 따라 60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p) 증가하면 국내 설비투자는 약 6개월 뒤 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상승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1월 설비투자가 지난해 12월 대비 14.2% 줄어 투자 감소가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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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정치ㆍ대외 충격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그에 따른 충격 완화, 기업의 위험 관리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수요와 기술 경쟁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커 최근 정치적ㆍ단기적 불확실성 급변 시에도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이는 등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더라도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물품거래(기업 내 수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 직접 투자한 국내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일수록 동 효과가 더 뚜렷했다. 이는 기업들이 차별적 제품을 생산하고 자체적인 제품·부품 공급선을 구축해놓고 있어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기업 내 수출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SGI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상승에 따라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과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일관된 경제정책으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 충격을 흡수해 낼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 및 한시적 규제 완화 △환율 변동보험ㆍ보증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박양수 SGI 원장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고, 국가 전체의 투자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반도체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