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품 못 주겠다” 식품사들, 홈플러스에 줄줄이 ‘신규공급 중단’

입력 2025-03-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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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ㆍ롯데웰푸드ㆍ삼양식품 등 대금 미지급 우려, 선제 조치 나서

상품권 결제 중단 이어 파장 커져
제2의 티메프 사태, 미지급 불안감
공급물량 줄이는 업체도 속속 늘어나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주요 식품기업들이 신규 납품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에서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정산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주요 대기업 식품사들이 최근 홈플러스에 신규 물량 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위해 일시 공급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식품사들도 잇달아 신규 공급을 보류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어음 등을 못 막아 부도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3.1절 연휴 직후인 4일 오전 법원에 회생절차를 기습 신청해 납품업체들과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11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이를 받아들였다.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따른 파장은 유통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5일 신라면세점, CJ푸드빌(빕스, 뚜레쥬르, 더플레스), 에버랜드, HDC아이파크몰 등이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일제히 중단했다.

특히 이날 대형마트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잇달아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팔도 등이 신규물량 납품을 일제히 중단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전면적, 선제적 조치는 아니지만 홈플러스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 일단 공급을 일시 정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의 경우 현재 일부 홈플러스 점포를 대상으로 신규 납품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대금 지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규 납품하는 전체 물량을 대폭 줄였다. 샘표식품은 판촉사원을 홈플러스 매장에서 철수시키는 등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끝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공급 물량을 조금씩 줄이거나 향후 사태를 살피며 조만간 공급 중단을 검토하는 협력업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업체별 공급 계약 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60일 이내 대금을 정산한다. 문제는 최근 일부 업체에서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서, 식품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매장을 정상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상거래 채권은 보호된다”면서 “개시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지급 결제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금 지출을 하려면 법원에 보고해야 하므로 납품 대금과 입점 업체에 대한 자금 지출 지연이 불가피하다.

실제 일부 업체에 대한 정산지연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티메프 사태를 떠올리게 해 납품업체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1~2월 납품 대금을 3월 말까지 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플러스는 대규모 할인 행사인 ‘홈플런’ 행사를 진행 중인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면서 홈플런에 참여하는 납품업체의 특판 행사도 일제히 중단되는 모습이다. 1+1 또는 특가 할인 행사 등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홈플런 행사에서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해도 대금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첫날부터 하루하루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홈플러스로부터 납품대금 정상지급 공문이 온다고 해 기다리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 없어 일단 공급 물량을 조금 줄였고, 궁극적으로 공급 중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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