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통상임금 '사면초가'… 탈출구 안보인다

입력 2025-03-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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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부담 증가ㆍ노사 갈등 첨예화
정부 리더십 실종으로 위기감 고조
삼성ㆍSK 등 미국 사업 차질 불가피
반도체ㆍ차 등 투자 보류 및 축소도

중견 제조업체인 A사는 생산시설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 계획 재검토에 나섰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연간 인건비가 20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추가적인 투자보다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사 관계자는 “신규 공장 증설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며 “비용 확대가 예상돼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B사는 미국 공급망 확대를 위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데, 미국의 정책 변화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로서는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이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한 것은 지속되는 저성장 국면 속 트럼프 관세 쇼크와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 일부 업종의 자금난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와 건설업 부진은 장기화된 지 오래고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과 미국발 관세 쇼크까지 덮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정부 리더십까지 실종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통상임금 확대와 상법 개정안 등 경영권을 위협하는 악재들까지 산적해 있어 기업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0인 이상 508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기업규제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들이 올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은 규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부담’(38.4%)이었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업들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간 약 6조8000억 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 간 갈등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노조가 기존 성과급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누락된 통상임금 반환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8일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올 1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춰 수당을 올려 달라고 회사 측에 공문을 보냈다.

경총 관계자는 “임금 부담 증가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노사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발 리스크는 기업에 치명적이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네 배나 높다”며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립 보조금 지급 근거인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폐지하겠다는 의사도 재차 확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수십조 원 투자에 나선 가운데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사업 계획 전반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점도 리스크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을 평균 1495.8원으로 추정한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부품 매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 및 계획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7% 줄었다. 감소폭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발생했던 2020년 2월 이후 가장 컸다. 소매판매(-0.6%), 설비투자(-14.2%), 건설기성(-4.3%) 등 소비와 투자 관련 주요 지표들도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2020년 10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설·토목(50.0%)과 철강(45.5%)업종은 올해 자금 사정이 전년보다 어려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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