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터전 떠날 수 밖에 없는 ‘기후난민’ 증가
2050년까지 아프리카 1.13억명 기후재난에 이주할 전망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작은 섬 냥가이(Nyangai)가 기후위기로 서서히 물에 잠기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이 침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섬의 전체 길이는 10년 새 700m에서 약 90m로 줄어들면서, 이 마을의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섬에 있던 망고와 코코넛 나무들이 파도에 잘려나간 지도 오래다. 전문가들은 약 15년 후에는 섬이 물에 완전히 잠길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주민인 카르그보(35)는 “우리는 이 땅을 떠날 수 없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르그보의 말처럼 냥가이 섬 주민들이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은 물론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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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은 최근 기후 변화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폭염 강도는 점점 더 세지고, 가뭄은 더 길어지고, 폭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빈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약 5%인 1억1300만 명이 기후변화 여파에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더 많은 나무를 심고, 공공건물 지붕에 냉각기를 설치하는 등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계획하고 나섰다. 문제는 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엔 자료를 인용해 아프리카 지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연간 300억~500억 달러(약 72조57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에 대응할 금전적 여력이 없다. 실제로 시에라리온만 놓고 봐도 정부 차원의 기후재난 대응 자금은 대부분 국제기구의 원조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 차원에서 진행해왔던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대한 원조를 줄이고 있어 기후재난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호미로 막을 일은 가래로 막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프라에 투자한 1달러는 재건비용 측면에서 4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유엔은 적절한 시기에 적적한 대응에 나선다면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주민 수를 3분의 1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