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교, AI 시대 맞아 잊혀진 ‘기술과목’ 귀환

입력 2025-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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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직업 임금 점점 높아지는 중
대학 미진학 학생들에게 좋은 선택지
우등생들에게도 보완재 역할...임금 상승은 보너스
학교, 기업, 지역정부 투자도 늘고 있어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미국의 교육 현장에 목재, 금속, 기계를 활용한 기술 과목이 돌아오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21세기 맞춤형 기술 과목 수업에 대한 투자는 수천만 달러 규모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위협받는 가운데 블루칼라가 상대적으로 AI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미 위스콘신주 매디슨 교외에 있는 미들턴고등학교는 2022년 9000만 달러(약 1299억 원)를 들여 기술 과목 교육시설을 위한 재정비를 마쳤다. 컴퓨터로 작동시키는 공작 기계나 로봇팔 등이 갖춰진 어항 모양의 유리벽 작업실도 만들었다. 위스콘신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 중 한 곳인 미들턴고에서는 건설, 제조 및 목공 과정에는 전체 학생의 25%가 등록했다.

한 학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위스콘신주 데이터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부터 2년간 3만2000명의 고등학생이 건축 및 건축 수업을 수강했다. 전년도 대비 10% 뛴 수치다. 같은 시기 제조 과정에 등록한 학생도 3만6000명으로 동기간 13%나 증가했다.

위스콘신주 공공 교육부 소속 제이크 미흠 교육 컨설턴트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어 교사 출신으로 미들턴고에서 용접을 가르치는 퀸시 밀러존은 “우리는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이 과정이 미국 고등학교의 고급 선이수 과정 등에 적합하다고 느끼길 바란다”며 철강 노동자, 증기 배관공 등의 시급이 41~52달러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학교는 물론 지방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서도 기술 과목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오하이오주에서는 배관공이나 제약 기술자 등 수요가 직업의 산업 인증을 제공하는 학교에는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식이다. 휴스턴 건축 회사 PBK의 경우 휴스턴의 스프링 브랜치 독립학군에 1억4000만 달러 규모의 진로와 기술 교육 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3년 고등학교 학업 수준 향상을 촉구하는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Risk)’ 보고서와 2002년 ‘낙오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 등으로 기술 교육은 감소해왔다. 학업 성취도 향상 압박에 미술, 음악 그리고 기술 과목이 줄었을 뿐 아니라 기술 과목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블루칼라 직업으로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이트칼라 일자리 채용이 둔화됨에 따라 기술 과목 수강 학생들의 배경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해당 직업군 진입이 늘었다. 미 고용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블루칼라 일자리에서 20~24세 근로자 비율은 18%로, 2019년 초보다 2%포인트(p) 높았다. 지난해 직업 중심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등록률도 전년 대비 14% 늘었다.

기술 과목은 대학 진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훌륭한 대안이라는 게 WSJ 평가다. 노동 리서치 기업 버닝글래스인스티튜트와 비영리 단체인 스트라다 교육재단이 지난해 1000만 개 이상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대학 졸업자의 약 절반이 학위가 필요 없는 직장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술 과목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비용의 영향이 크다. 미들턴 고 기술 과목 교사들에 따르면 목재나 철강, 알루미늄 및 기타 재료에만 연간 약 2만 달러가 지출된다. 장비 업데이트 및 교체 비용도 60만 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숙련 기술자 임금을 고려할 때 전문가로 교사를 채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기술 교육을 고등 교육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하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하이랜드고의 브레아나 브라켓은 우등 학생으로 재학하면서 학군의 지역 직업 센터에서 건설 수업을 듣는다. 브라켓의 목표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치코캠퍼스에서 건설관리학 학위를 따는 것이다.

해당 지역 직업 센터 관계자는 용접 분야의 경우 기술 교육을 이수한 고등학교 졸업자는 보조자로 시간당 20달러를 벌 수 있는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추가 교육을 이수할 경우 베이커스필드 지역 유전 파이프라인 작업을 하고 받는 임금이 연간 6만 달러로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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