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한국지엠, 또다시 흔들리나

입력 2025-03-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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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직원들은 GM이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국지엠 부평공장 직원이 털어놓은 속내다. 해묵은 한국지엠 철수설이 또 불거졌다. 20여 년 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부터 반복된 ‘지긋지긋한’ 설화(舌禍)다. 2009년 GM의 파산보호 신청,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 등 GM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지엠은 풍파를 맞았다. 직원과 협력사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2025년 한국지엠이 또 위기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생산한 49만4072대 중 84.8%인 41만8782대는 미국 수출분이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지엠의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GM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GM은 효율성을 우선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글로벌 생산 거점을 계속 재조정하는 이유기도 하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에선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적자 심화를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최근엔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발표되자 일부 멕시코 생산 물량을 곧바로 미국으로 이전했다.

한국지엠은 철수설을 부인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이 의심을 키운다. GM이 공적자금 지원 조건으로 약속한 한국지엠 10년 유지 기간이 2027년 말 끝난다. 내수 판매는 2만여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신차 출시 계획은 없다. 노조 측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물량 배정을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본사는 이를 거부했다. 지난해 말에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20만 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 한국지엠 직원 수는 1만1000여 명. 1차 협력사는 276곳이고 2,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약 3000곳에 달한다.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확실한 자구책이 필요하다. 본사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경쟁력 있는 차종을 배정받고, 노조 역시 파업을 자제하며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설 필요도 있다. GM 본사는 물론 미국 정부에도 한국사업장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엔 정부가 다시 지원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먹튀’로 끝나지 않으려면 분명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공장 10년 유지 정도가 아닌, 명확하고 구속력 있는 중장기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잘못된 선례가 반복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불안감도 덜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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